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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r 10. 2024

샤브일기

8일 차


여자친구와 주기적으로 먹는 음식 중에

샤브샤브와 간장게장이 있다.


우리가 가는 식당은 정해져 있는데

특히 샤브샤브 집에서는 셀프로

월남쌈을 해 먹을 수 있다.


너무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물을 정화수처럼 떠놓고

신중하게 패를 깐다.

라이스페이퍼를 담글 때부터

이미 전투는 시작되었다.


파인애플, 오색빛깔 야채 등등을

수세기 동안 내려오는 비법으로

무너지지 않게 꽉꽉 구겨 넣고

수분이 마르기 전, 돌돌 말아준다.


이 모든 과정을 나는 그저 지켜본다.

여자친구가 만들어주는 월남쌈이 제일 맛있다.

조용히 장인의 손놀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감사한 일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월남쌈을 보며 웃고 있는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사랑을 하고 있구나,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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