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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Apr 03. 2024

계속 봄 비

26일 차

하루 걸러 봄비가 온다.


비가 오면 시골의 생활은 멈춘다.

아침에 몰래 핀 벚꽃은 비와 함께 흐른다.

어제 일군 텃밭은 축축해서 좋단다.


봄비를 맞으며 밤산책을 한다.

조그만 마을을 두어 바퀴 돌면서

봄이라는 단어 뒤에 붙는 것들은

왠지 아프지 않을 것 다는

생각을 한다.


봄비, 봄나물, 봄꽃, 봄처녀 등등

봄비가 내린 강물은 당최 불어나지 않는다.


이런 날이면 봄이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이곳에서도 요동치는 마음을 추스리기가

여간 힘들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깨어있는 새벽은

늘 친구처럼 다가온다.


무심결에 건드린 코가 아직 얼얼하다.

얼마 전 크게 한 방 맞은,

긴 시간에 걸쳐 희미하게 깨닫게 된 것은

모든 고통에 있어서 이것들은

다른 고통으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막다른 길을 마주하고 뒤돌아 걷는다.

가끔 보이는 것들은

그냥 봄비를 맞거나 봄을 맞이하거나.


혼잣말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묻힌다.


나는 오늘도 불안을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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