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회사에 출근을 한다.
짝꿍한테 주차대행을 시키고
9시 되기 2분 전에 도착.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아는 사람들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고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은 눈조차 안 마주친다.
애석하게도 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공간에 다닥다닥 앉아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변한 건 없다.
주먹을 불끈 쥔다.
그래도 말이지 나란 사람이 참 바보 같다.
그렇게 속고 속아주면서
조직에 당하고 사람에게 통수맞고
이해해 주고 아홉수 인가보다 하고
내 탓으로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 울며 넘기고
그 와중에 오늘은, 다시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먼지 쌓인 내 자리에 앉는다.
모르는 사람 1이 본인 자리에서
티백을 꺼내 한 움큼 준다.
모르는 사람 2가 명함을 공손히 내민다.
모르는 사람 3이 가볍게 인사를 한다.
나는 그저 짧고 조용하게, 예라고 대답한다.
올해는 그만둬야 되나 혹은 도망가야 하나
늦은 점심을 먹으며 가락국수국물과 함께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