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신 선물로 신발을 사드렸다.
회사 근처로 오신 엄마에게 가격표도 박스도
다 버린 신발을 지하철 의자에서 신겨드렸다.
신발을 신는 엄마의 몸동작이 서툴다.
가뜩이나 빳빳한 새 산발인데 한쪽 다리가
고장 난 상태이므로 주걱이 없으면 영락없는 공기인형이다.
새 신발을 벌써부터 꾸겨 신으며 말씀하신다.
'우리 아들 나이키 신었네, 이쁘다' 하신다.
신발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으면서
'엄마 신발도 좋은 거야.'라고 속으로 말해본다.
마침 그 브랜드는 유치뽕짝한 느낌의 발음으로
흡사 바삭한 과자 이름 같기에
엄마는 모를 수밖에 없었다.
나름 어버이날이라서 효자 코스프레 하느라
카네이션 배지도 달아드렸다.
빨리 집에 가. 곧 퇴근 시간이라 지하철에
사람 많아져.
경로우대 교통카드를 찍으면
'행복하세요'라는 음성 멘트가 나온다.
천천히 엘리베이터로 걷는 뒷모습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