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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없는 제주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곳

by 팬티바람

2019년도의 제주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여기를,

누군가 내게 그 길을 묻는다면

너로 가는 길 어디쯤이라

대답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가끔 먹통이 되고

한 뼘 차이로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땅은 따뜻하고

하늘은 차가웠습니다


마침 우리는 그 사이 적당한 어디쯤

몸을 뉘었던 날



덜컥 이 행복이 의심될 때쯤

호흡이 불안한 몸뚱이의 과업을

빈약한 해먹에 내버려두고 온 날



우리는 차를 세워

바다를 구경했고

너는 이렇게나마

죽은 과거의 나를 추모했던 날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근데 자?



누군가 두고 간

때 묻은 조화에 생화처럼 웃던 너는

내 호흡보다 더 나를 보챕니다


사진기는 셀프타이머로,

옷으로 대충 닦은 의자에

마치 여러 해 동안 앉아본 것처럼

능숙하게 엉덩이를 비비던 날


우리가 앉으니

두 개의 의자가 하나가 된 날




나는 아무것도 추억하지 않습니다

좋은 일은 금방지나가고

그런 날은 자주 오지않습니다


비뚤어진 앵글이 지평선을 비웃고

거짓말 같던 현실이 상실이 된 시간으로

어쭙잖은 그때를

희미한, 들숨과 날숨 소리에 맞춰

이제 기록해 봅니다



나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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