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로 인한 무기력증의 해결책은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라는 것이다.
식사는 꾸준히 잘하고 계신데
운동은 마음처럼 따라오지 않는다고 하신다.
곶감 한 봉지와 사과, 포도를 사들고
엄마 집에 방문하여 냉장고에 넣어둔다.
텅 빈 나의 냉장고에 비해
뭔지 모르는 것들이 꽉 찬 엄마의 냉장고가
전혀 부럽지 않다.
실내자전거를 사야 될지 어떤 운동을 해야 될지
누워서 고민만 주야장천 하는 엄마를
기어코 데리고 나간다.
엄마의 보폭은 지금 이 가을만큼 짧다.
엄마는 앞을 보며, 나를 보며 걷고
나는 뒤따라오는 엄마 밑의 땅을 보며
마주 보듯 뒤로 걷는다.
15분 남짓 그렇게 앞서가니 뒤서가니
걷다 보니 날이 꽤나 춥다.
다시 집에 도착해서 바로 잠든 엄마를
뒤로 한 채 떠난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