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고 돌고
이모랑 둘이 밥을 먹었다.
집밥을 먹은지 오래된 나를 위해
외식을 하지 않고 이모 집에서 먹었다.
이모의 모습에서 가끔씩 엄마가 보인다.
사이가 좋았든 안 좋았든 자매라서 그런가보다.
유독 가까웠던 엄마와 나의 사이에 대해 묻는다.
엄마랑 동대문 새벽시장도 가고
이태원에 가서 새로나온 신발도 사고
이곳 저곳 차를 타고 돌아다녔던 어린시절을
담담하게 꺼내본다.
이모가 답한다.
엄마가 친구같고 누나 같았겠구나.
지난 밤에는 엄마가 꿈에 나와
오래된 마을을 여행하고 산길을 걸었다.
도망치면 안되지만 자꾸 도망치고 싶고
아무 것도 하기가 싫은 건 여전하다.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멀리 속세를 떠나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결국 나는 나대로의 인생을 살테고
원치 않는 자유를 설계하는 입장이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에 몇 번씩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마침 엄마의 건강보험료 환급 통지서가 왔다.
가족관계서를 다시 출력하고 문서를 작성한다.
잊을만하면, 다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