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은 시들어야 한다.

시듦의 역설

by 팬티바람

우리가 사랑을 시작할 때

헤어짐부터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꽃을 안고 집에 오는 길 내내

내 품 안에서 너는 벌써 시들고 있구나


거추장스러운 수많은 꽃말 아래

우리는 결국 죽음을 포장한 꼴.


화병에 꽂힌 저 꽃은

밤새 울다 지쳐 잠든다


시끄러운 내 알람 소리를 듣고

잠시 고개를 들고 웃어주다가

다시 텅 빈 집 안에서

부르르 떨며 향을 내어

울어버리겠지.


그날 밤, 새로운 꽃이 화병에

꽂히고 나는 밤새 아파했다.


돌도 씹어 먹는 나이에서

꽃도 못 씹어 먹는 나이가 되어갈 무렵

유난히 꽃을 사는 날이 많아졌다.

너를 보고 싶은 만큼만.


대신하고 싶은 말은 꾹 참고

그 말들이 밤새 화병 주위에 모여

꽃몽우리를 터뜨린다.


아름다움의 정점은 시듦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