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을 시작할 때
헤어짐부터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꽃을 안고 집에 오는 길 내내
내 품 안에서 너는 벌써 시들고 있구나
거추장스러운 수많은 꽃말 아래
우리는 결국 죽음을 포장한 꼴.
화병에 꽂힌 저 꽃은
밤새 울다 지쳐 잠든다
시끄러운 내 알람 소리를 듣고
잠시 고개를 들고 웃어주다가
다시 텅 빈 집 안에서
부르르 떨며 향을 내어
울어버리겠지.
그날 밤, 새로운 꽃이 화병에
꽂히고 나는 밤새 아파했다.
돌도 씹어 먹는 나이에서
꽃도 못 씹어 먹는 나이가 되어갈 무렵
유난히 꽃을 사는 날이 많아졌다.
너를 보고 싶은 만큼만.
대신하고 싶은 말은 꾹 참고
그 말들이 밤새 화병 주위에 모여
꽃몽우리를 터뜨린다.
아름다움의 정점은 시듦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