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바디>

by 별이언니

처음 든 생각은 '나는 나의 몸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구나' 였다. 그리고 뒤이어 '우리는 우리의 몸을 여전히 모르는구나' 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우리는 육체가 없다면 세계를 지각할 수 없다. 책 말미에 그는 죽음의 과정에 대해 몇 장을 할애해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 설명에 따르면 죽는 순간, 단 한번도 시체를 본 적 없는 사람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우리의 몸은 바로 변한다. 생명의 기운이란 것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 숨결에 따라 부드럽게 요동치는 가슴, 의식을 두지 않으면 그것이 거기 있는지도 모르는 몸 속의 모든 장기들, 그 움직임, 피가 돌고 피부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그것이 생명이라는 듯 붉게 물든다. 그 모든 것들이 일순간 사라지고 몸은 차갑고 뻣뻣한 세균덩어리가 된다. 우리의 삶이 거기 없을 뿐, 생명은 여전히 거기 있다, 는 문장은 얼마나 적확하고 심오한가. 우리의 삶 - 육체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생명이 사라지자 거기 함께 있던 온갖 작은 생명들이 활약하기 시작한다. 미생물과 세균이 우리의 몸을 파먹고 만족스럽게 가스를 만들어낸다.

피부와 털부터 뇌, 심장, 뼈 같은 몸의 부속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손의 활용-두 발로 서기-폐경(나는 대부분의 생명이 번식능력을 상실하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몰랐다. 인간과 양, 그리고 고래 2종만이 폐경을 겪는다고 한다.)같은 신비로운 현상, 노화의 죽음의 비밀(세포가 노화에 들어가기 위한 카운터를 내장하고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놀라운가.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고 선고하는 것처럼. 물론 번식만 하고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살아있지도 못했겠지만.)들이 꼼꼼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일화와 더불어 소개된다. 우리의 의학은 아주 최근까지 극히 원시적인 수준을 면치 못했다. 마취 없이 유방절제수술을 한다니, 차라리 암으로 죽는 것이 낫다고 해야 할까. 우리의 평균수명은 몇십 년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늘어난 평균수명의 70%를 병에 걸려 보낸다. 양만 늘어났을 뿐, 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없다. 때로는 해부학자의 현미경처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때로는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처럼 몸의 역사를 산책하면서 이 명민한 작가의 '회색뇌세포'(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면)는 멋지게 움직인다. 예전에 봤던 영화장면처럼 몸속을 산책하는 나노세포가 된 기분이다.

책의 말미엔 영국의 집에서 자가격리중이라는 고백이 나온다. 그가 몸에 대한 고찰을 탈고하자 전세계를 휩쓴 거대한 펜데믹이 다시 미션을 준 셈이다. 우리는 여전히 무지하다. 이 시련이 인간이 우리의 생태에 대해 한단계 더 깊은 앎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무사히 이 시간을 견딘 후에 의미있는 발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반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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