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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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반쯤 잡아먹혀서 휘청거리며 걷는 밤이 있었지. 지금은 너무 많은 생각이 내 안에 쌓여 차마 술이 들어와 행패칠 여유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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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삽한 영혼은 술도 편치 않다며 오래 머물지 않아, 휘발되는 술기운 자락만 겨우 붙잡고 길 가운데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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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주 넓고 텅 빈 하늘이 거기 있었지. 대체로 캄캄한 밤이고, 어떤 날은 자욱하게 해가 깔리는 저녁 어느 즈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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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아 얼굴을 비빌 기억이 없어서 허랑방탕하게 공허만 곁눈질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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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면에 눈물 콧물 애면글면 몸으로 뒹굴어 살냄새 자욱하게 산 사람은 죽기 전에도 가끔은 주마등처럼 생애를 훑기도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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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을 나는 다정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 사람이 골목 어귀 서 있으면 저무는 해도 아쉬워 그 목을 끌어안고 길게 길게 늘어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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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애달프게 살아온 기억을 나도 쓰다듬고 싶을지 몰라. 그것이 삶이라고, 그것이 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