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음 시집 <누가 밤의 머리결을 빗질하고 있나>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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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사람은 눈이 건조하다. 타오르는 말들을 가두었기에 세상에서 눈을 거둘 수가 없다. 응시는 고요하고 뜨겁게 집중하는 일. 그의 눈은 지금 어디에 닿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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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내리는 날 어린 꽃 옆에 몸을 낮추고 연한 꽃잎 위로 우산을 씌워주고 싶다. 하지만 그는 꽃잎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작은 꽃은 빗줄기에 휘어지지만 내일이면 색이 더 짙어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슬픔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엎어져 생긴 얼룩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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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금에 절이면 상하지 않죠? 라는 질문에 선듯 답하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대답이 몸안에서 메아리쳤다. 삼투압 작용 때문이죠, 습기를 머금은 것들은 죄 상하고 마른 것들은 질겨요. 밤의 머릿결을 빗기는 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바다와 닮았다. 아무리 쏟아도 고여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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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술 한 잔을 털어넣으면 푸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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