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고
*
병약한 시인의 방에서 건너다본 밤이 어떤 풍경이었는지 사무치게 기억한다. 그때 나도 어떤 병을 건너가고 있었기에.
**
아픔이 옆구리에서 새처럼 우는 새벽에 눈을 뜨면 삭막하게 흰 슬픔이 목구멍을 틀어막아 되려 담담해질 때가 있다. 병의 기록을 나이테처럼 품고 사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
***
시인은 여전히 아프고 나는 어느 정도 아픔에서 걸어나와 해가 따가운 점심 나절 보랏빛 꽃이 흐드러진 화분 옆 벤치에 앉아 시를 읽는다. 황금의 측백도, 타오르는 매화도 시인의 창 앞에서는 여전히 모노톤이다. 그늘에 앉아있지만 때이른 여름볕에 숨이 막힌다. 볕이 슬그머니 다가와 발목을 낚아챈다. 이리 와 -
****
빛도 허방이야.
*****
슬픔도 기쁨도 노여움도 사랑도 모두 시커먼 물 안에 가라앉히고 여전히 어두운 눈으로 생의 그늘을 건너다보는 시인이여. 그러기에 나는 저 햇빛이 너무 눈부시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
******
나의 그늘을 끌고 햇빛 속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