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으로부터 붉은 비단저고리를 하나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 꿈을 이뤄주지 못했던 남편은 며칠 살지도 못할 몸으로 다른 환자의 붉은 비단저고리를 훔친다. 죽는 날까지 그 비단저고리를 자신에게 양도할 수 없냐고 사정한다.
혹은 이런 꿈도 있다. 피를 팔라고 마을 사람들을 종용하지 못해 촌장에서 쫓겨난 남자는 비웃음에 떠밀려 팔뚝을 걷게 되고 열병에 걸린다. 그가 앓으며 잠들었던 침상에서 옛 관인이 사라졌다. 그는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관인만은 돌려달라고 외친다. 죽어서까지 눈을 못 감았던 사람의 굳은 손에 새로 판 관인을 쥐어주자 얼굴에 맑은 빛이 돌아온다.
젊은 남자는 열병에 걸려 자신과 잠자리를 기피하는 아내와 아들을 두고 애끓는 마음이지만 똑같이 열병에 걸려 신혼 며칠만에 집밖으로 쫓겨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들의 사랑은 폭발한다. 열병이 폭발하기 전에 사랑이 폭발한다. 남편과 아내로 살기 위해, 순수하게 사랑을 주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로 서로에게 남기 위해 무릎을 꿇고 개두를 하고 전재산을 넘기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사른다. 가슴 속에 끓는 불을 꺼달라고 외친 남자를 위해 찬물에 적신 몸으로 몇 번이나 그를 끌어안은 여자는 끓어넘치는 열로 죽고 남자는 칼로 다리를 찔러 자결한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지, 라고 서로를 보고 웃었지만 나란히 누워 죽었다.
살아있는 자들은 죽을 때까지 살아있을 때의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열이 올라 불타버린 평원처럼 하얗게 사그라질지언정. 좋은 관을 얻기 위해 남의 무덤을 파고 마을의 고목들을 하룻밤 사이 다 베어버린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등교해 공부할 학교의 책상과 걸상, 칠판을 모조리 떼어다 관을 만들기 위해 집안에 쌓아둔다. 피를 팔아 돈을 얻었던 사람들은 다시 매혈의 우두머리에게 관을 사고 살아남은 가족들은 또다시 피를 사고 관을 팔던 자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죽은 자식들의 음혼을 부탁한다. 딩후이는 죽음을 팔아 방안 가득 돈을 쌓아두고 하고 싶은 것도 모르고 산다. 그의 뒤로 죽음이 아득하게 쫓아오면 죽음을 비단 옷자락처럼 소가죽 구두처럼 자랑하며 딩씨 마을의 벌판을, 웨이현의 작은 마을들 모두의 벌판을 죽음으로 채운다.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무가 모두 베어지고 가뭄이 찾아들어 평원이 흰 빛으로 가득찰 때까지. 죽음을 파는 이 상인은 늙고 초라한 아비의 귓전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인다. 내가 내 아우 딩량에게 관묘를 지어주었으니 형할 도리는 다 하였습니다, 그러니 아버지, 누가 찾아와 딩씨 마을에 매혈을 시작한 자 누구냐, 열병을 퍼뜨린 자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딩량이라고 대답해주세요, 딩량의 무덤을 열고 물어보라고 하세요.
딩선생이 딩후이의 뒤통수를 치고 딩후이의 붉은 피가 바싹 마른 딩씨 마을의 흙을 적시자 비가 내렸다. 새롭게 펄쩍펄쩍 뛰는 진흙인간들이 평원에 가득차는 꿈을 꾸었다.
피는 왜 붉은가. 피는 왜 타오르듯 떨어지는가.
죽은 자들이 죽은 나무의 가지 위에 앉아 지저귀고 죽을 자들이 마지막 속삭임을 밤의 서늘한 공기에 풀어놓으면 그건 마을이 꾸는 꿈이 된다. 진득진득하게 병으로 떨어지던 피. 죽음이 가까워올수록 짙어지기만 하는 것들. 사랑, 귄력, 복수, 명예, 소원... 모두가 떠난 마을의 텅 빈 학교에 누워 할아버지는 꿈을 꾼다. 모두 불타 사라진 땅에 기어이 살아나는 인간의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