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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Nov 26. 2023

23.11.26

적당히 어두운 낮. 겨울의 낮.

겨울은 뼈가 자라는 계절. 추운 곳에 있으면 딱딱하게 얼어붙은 뼈가 자라 피부가 땅기고 따뜻한 곳에 있으면 꼬리뼈가 말랑하게 늘어나 뿌리를 내린다. 움직일 수 없다.

이 몸이 꽃의 몸이 된 것 같다는 시를 읽는다. 멀리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물속에서 빙빙 돌고 있는 이불. 저걸 널면 바로 얼어버리겠지. 겨울이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그림자가 자라는 시간 같다고.

칠 년 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비를 맞아도 해가 나면 금방 옷이 마르던 땅에  까마귀는 어디에나 있었다."

오늘 먹은 것 : 커피 두 잔, 우엉차 한 잔, 차가운 물 몇 잔, 고구마튀김, 카레라이스, 무말랭이, 깻잎 무침, 미역국, 가래떡, 꿀, 피스타치오 맛 아이스크림.

이불을 널고 나면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내일 아침까지는 물만.

저녁을 먹지 않고 나서부터 새벽에 깨는 일이 줄었다.

자기 전까지 좋은 노래 한 곡 찾아와주면 좋을 텐데. 까맣고 얇은 뼈 대신 이 몸이 꽃의 몸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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