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어두운 낮. 겨울의 낮.
겨울은 뼈가 자라는 계절. 추운 곳에 있으면 딱딱하게 얼어붙은 뼈가 자라 피부가 땅기고 따뜻한 곳에 있으면 꼬리뼈가 말랑하게 늘어나 뿌리를 내린다. 움직일 수 없다.
이 몸이 꽃의 몸이 된 것 같다는 시를 읽는다. 멀리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물속에서 빙빙 돌고 있는 이불. 저걸 널면 바로 얼어버리겠지. 겨울이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그림자가 자라는 시간 같다고.
칠 년 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비를 맞아도 해가 나면 금방 옷이 마르던 땅에 까마귀는 어디에나 있었다."
오늘 먹은 것 : 커피 두 잔, 우엉차 한 잔, 차가운 물 몇 잔, 고구마튀김, 카레라이스, 무말랭이, 깻잎 무침, 미역국, 가래떡, 꿀, 피스타치오 맛 아이스크림.
이불을 널고 나면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내일 아침까지는 물만.
저녁을 먹지 않고 나서부터 새벽에 깨는 일이 줄었다.
자기 전까지 좋은 노래 한 곡 찾아와주면 좋을 텐데. 까맣고 얇은 뼈 대신 이 몸이 꽃의 몸인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