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은 죽은 구를 먹었다. 오랫동안. 그것만이 구를 증명하는 일이라 믿는 듯이. 남김없이 구를 먹어치우는 것이야말로 구를 사랑한 담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듯이.
아주 오래전 인간은 사랑하는 이나 존경하는 자가 명을 달리했을 때 둘러앉아 그를 먹었다고 한다. 인간의 세상이 복잡해지기 전에는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질겨지는 살을 움켜쥐고 목구멍을 넘기는 일이 곧 죽은 자의 영혼을 몸에 들이는 일이라 믿었다. 그로서 죽은 이는 산 자와 기묘한 하나가 된다. 사랑이 돌처럼 몸에 쌓인다. 사랑이 피에 녹고 내장에 들러붙는다.
만약 구가 세상에 조금이라도 스며들 수 있었다면, 구와 담의 사랑이 세상 다른 연인들처럼 수월했다면, 그렇게 간절하고 처절하지 않았다면 담은 이모처럼 구를 태웠을지도 모른다. 길바닥에서 죽은 구를, 맞으면서도 자신에게 오려고 했던, 야윈 연인을 먹어치우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살아서 세상에 뜯기고 먹혀 만신창이였던 구를 다시 차가운 세상으로 내보내지 못해 담은 구를 먹었다. 구와 이별할 수 없어서.
이것은 사랑의 일이고.
살아있을 적 구는 먹히지 않았었나. 사채업자들에게 구를 내던진 부모들이, 그리고 사채업자들이, 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학교와 공장, 담이와 사랑하는 일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 이미 구를 먹었다. 그건 잔혹한 약육강식, 포식이다.
구멍이 숭숭 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직 이빨자국이 생생한 영혼이 너덜거린다. 아아, 나는 사랑으로 먹히지 못하였구나. 반만 남은 얼굴이 쓸쓸하게 중얼거린다. 나는 죽어 그저 태워질 뿐이겠구나. 누가 눈물을 흘리며 나의 살에 기꺼이 이빨을 박겠는가.
그런 사랑은 없다.
담은 그 방을 이제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