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당근은 열일 중
제주도는 전국 최대의 당근 생산지답게 당근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신선하고 단맛이 있는 제주 당근은 제주도 카페를 중심으로 창의적인 디저트 재료로 쓰이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만난 다양한 당근 메뉴들은 나에게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열어주었는데, 그중에서도 은은한 계피향과 자연스러운 당근의 단맛이 느껴지는 당근케이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라면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꼭 먹어보고는 했다.
같은 이름의 당근 케이크여도 주인장의 스타일에 따라 그 맛과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꼽는 당근케이크 맛집 세 곳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월정리의 구좌상회이다.
살짝 찐득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촉촉한 케이크 시트에서는 은은한 당근의 단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향긋하게 어우러지는 계피향과 담백한 풍미의 크림치즈가 완벽한 밸런스를 만드는 것 같다.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가 만드시는 이 당근케이크는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당근 케이크와는 그 형태나 식감이 사뭇 다르다. 촉촉하고 폭신한 빵 안에 숨어있는 쫀득한 치즈크림이 매력적인데 먹을 땐 소박한 듯 심심한 맛이지만 며칠 뒤엔 그 느낌이 다시 생각나며 간절해지는 맛이다.
신선한 당근으로 착즙 한 당근주스를 가득 머금은 촉촉한 빵 위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듬뿍 얹고,
그 위에 주황빛 당근가루를 솔솔 뿌려 올렸다. 한 입 먹으면 상큼함이 가득 해지는 이 당근 티라미수는 지금껏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디저트이다.
노력 대비 훌륭한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지미봉에 올라간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여름날 등산으로 땀 한 바가지를 쏟고나니 우린 급격히 당이 떨어짐을 느꼈다.
달달한 커피나 먹자고 우연히 들어간 동네 카페에 모든 테이블이 의심스러운 주황색 빙수를 먹고 있었다.
생 당근 특유의 비린내를 싫어하는 나였지만 그날은 호기심에 당근 빙수란 걸 시켜보았다.
부드럽게 갈려져 나온 당근 눈꽃얼음 위엔 호두 등의 견과류들이 한 웅큼 뿌려져 있었다.
입안이 얼얼하도록 크게 한입…하는 순간 당근의 상큼하고도 건강한 맛이 느껴지면서
물로도 해결 못한 갈증이 사르르 가셨다. 고소한 견과류와는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제주에서 독특한 빙수를 찾는다면, 이곳의 당근으로 만든 건강한 디저트를 찾는다면, 난 이곳을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꼭 지미봉에 올랐다 가라는 말과 함께-.
글/그림 YO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