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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a Mar 30. 2017

행원리에 삽니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살기




어떤날 게스트하우스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3개월 동안 스탭으로 일하며 지내게 되었다. 일한 날 수만큼 쉬는 날이 주어지기 때문에 휴무날을 잘 이용해서 제주도를 찬찬히 둘러볼 생각이다.


내가 앞으로 지내게 될 게스트하우스는 시끌벅적한 월정리 바다와는 조금 떨어진 행원리라는 조용한 마을에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엔 정방형의 큰 창문이 있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행원리의 모습은 매일 시간대에 따라 그 그림을 달리하는 액자 같았다.


창문너머로 보이는 행원리의 풍경

휴무날이 되면 되도록 집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는 게 좋았다. 현관문을 나설 때는 나도 영락없는 여행자의 마음이다. 외출을 하면 이웃 마을이나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하고 게스트들에게 추천받은 맛집이나 근사한 카페에 다녀오기도 했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오름에 오를 때도 있었다.


그렇게 종일 밖을 떠돌다 열기가 한 김 식어가는 저녁 어스름에야 마당을 자박자박 밟으며 돌아온다. 그럴 때면 어릴 적 친구들과 흙냄새가 날 정도로 뛰어놀다가 저녁이 되면 밥 냄새가 나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다녀왔습니다~!"


그 해 여름, 제주도 행원리엔 내가 돌아갈 집이 있었다.




그림으로 후기를 쓰다


틈이 날 때면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 일기를 쓰듯이 그림을 그렸다. 좋아하는 제주의 오름들과, 맛있었던 음식, 특별히 기억될만한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이 그 주제가 되었다. 블로그 형식의 글쓰기는 서툴고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나에겐 차라리 한 장의 그림과 짧은 코멘트로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게 편했다.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취미로 그려 올리던 것이 점점 팔로워 수도 많아지고 내 그림을 좋아하고 지켜봐 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소소하게 시작했던 내 얘기에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도 동시에 찾아온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돌아와 서울에서 지내고 있지만 제주도에 대한 그림은 계속 그리고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결이 날지, 그리고 어떤 의미로 남을지...
궁금하다. 나도.







글/그림 YONA

instagram.com/wheres_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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