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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Sep 02. 2023

(책꼬리단상)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

노력해도 안 되는 때가 있다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


이렇듯 우리는 어느 정도 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산다. 그러니 상대가 못났든 잘났든 따지지 말고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고 살아야 한다.

한평생 넘어지지 않고 걷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인생이라는 게 열심히 공부해도 도무지 오르지 않는 수학 성적처럼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이 더러 있는 법이다.

그런 이들에게 개인의 빈곤을 오로지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몰고 가는 사회 분위기는 매정하기 짝이 없다.

운은 실력이 아니다. 또 우리는 그들의 역사를 모른다. 함부로 타인의 삶을 속단하고 처지를 경멸해서는 안 된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 산만언니 저)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사회복지 태동 역사를 보다보면  영국의 빈민법을 만나게 된다.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었는데 그 시선이 조금 불편했다. 그들이 가진 사고로는, 가난하게 된 결과는 게을러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족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서 일을 하라고 다그쳤다. 그들에게 가난은 죄악이거나 범죄였다.

정말 만사 귀찮고 게을러서, 나 이렇게 살래, 하고 인생을 포기하듯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

책에서처럼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결과가 안 나오는 사람도 있고, 사회 구조의 모순으로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풍 피해,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그건  네가 준비를 철저히 못 해서 그런 거야, 라고 말하면 안 되듯이, 우리는 결과만을 놓고, 그 사람의 과정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다. 나는 선천적으로 뼈가 약해 힘으로 하는 일은 잘 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결과가 없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 어른들로부터  쟤는 놀았어. 쟤는 설렁설렁해. 이런 식의  평가를 받을 때는 정말 억울했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지금도 나는 손아귀의 쥐는 힘이 거의 없어 배우자가 마사지를 해달라고 하면 긴장한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 하지만 별로 힘을 안 들이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이도 작고 여리여리한 막내 딸이 해주는 게 더 시원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
회사처럼 성과와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는 곳이 아니라면, 우리는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가난은 일을 열심히 안 해서 안고 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힘듦은 과거의 내가 한량이어서가 아니다.

우린 다 저마다의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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