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책 읽기 재시도

2024년 1월10일(2)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책 읽기 재시도

2024년 1월10일 (2)

감기몸살에 편의점 알바며 바이올린 레슨 수업까지 취소한 큰딸과 나란히 앉아 창밖을 보며 점심을 먹었다.

몸이 좋지 않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호흡은 조금 안정된 것 같으니, 좀더 있다가 설거지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한 번은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로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외출이다. 그때 최대한 많이 걸어보아야 한다.

오늘 아침 막둥이 태워주고 지하주차장에서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 호흡 곤란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오늘은 과불안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하겠지만 나는 더 용기를 내어보기로 한다.

지금 조금씩 좋아지는 기분이 든다.
햇살이 책장 쪽에서 서서히 소리없이 거실을 채워나간다. 이제 스툴 반까지 넘어왔다.



이불 속에서 테레비전을 켜기는 싫고, 다시 책읽기를 도전해보기로 한다. 어제는 이 트렌드코리아 2024라는 딱딱한 책을 읽다가 과호흡이 왔으니 오늘은 책을 좀 바꿔보자. 내가 좋아하는 미래소설이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인데 오늘은 집중이 좀 잘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여서 그런가. 불과 3년만에 디지털이 모두 사라지고 만 가까운 미래다. 그래서 남은 것은 책, 오래된 영화필름, 유선전화 따위다. 설정이 좋다.



가성비때문에 샀던 파가니니의 40cd 전집을 꺼내 하나씩 돌린다. 오래된 명인의 바이올린이 리마스터링이 되어 깨끗하게 나온다.

오늘은 햇살을 즐기며 좀더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햇살이 쇼파로 완전히 넘어오려면 4시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걷는 것에 약간의 공포가 있지만, 쌓여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면, 집에만 있으면서 그것마저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맡길 순 없다.

햇살을 좀더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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