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나의 25년 전 첫 공황

버스 에서의 공황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에피소드 - 나의 25년 전 첫 공황



아내와 지금의 상황을 얘기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뇌를 뚫고 튀어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첫 공황장애는 파주에서 주말부부를 했던 10여년 전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전에 그것이 공황인지도 모른 채 고통을 겪었던 일이 기억난 것입니다.



결혼하고 5,6년이 지났을 때입니다.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 1998년 금융위기 때 어찌하여 퇴사를 하고 잠시 창업을 했다가 갑작스럽게 서울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던 때였습니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버스가 남태령 역을 지날 때이거나 이전 일 수도 있습니다. 출근인지 퇴근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환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아마도 출근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로 꽉 찬 버스 안.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고 아직 내려야 할 곳은 아닙니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죽을 것만 같은 불안이 저를 휘감았습니다. 아내와 문자를 주고 받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죽을 수밖에 없겠다는 공포감이 저를 미치게 했습니다.



결국 내리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냥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한참을 숨을 고르고 겨우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버스를 타려니 겁이 났습니다. 뒤에 오는 버스도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서너 대를 더 보내고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있는 버스를 타고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버스를 타는 공포는 계속 되었고, 계속 중간에 내려 서너 대의 버스를 보내고서야 겨우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포와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고 계속 출근했는지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내도 그때의 상황을 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실시간으로 아내에게 미칠 것 같은 상황을 문자로 보냈지만, 아내 역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것이 공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폐쇄공포증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창원에서 편하게 직장생활하다가, 진해 아파트에서 평온하게 살다가, 갑작스럽게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와서 좁고 가파르고 비좁고 위험했던 연립주택 생활을 해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암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첫 공황은 그때 그러니까 거의 25년 전에 시작된 것이라는 추측이 듭니다. 그리고 그때는 그런 병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내 말로는 그래도 어떤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신경안정제 같은 것이었을 거라고,



그때 그 공황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지금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보면, 지금의 공황도 나중에는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눈처럼 스르르 녹아 없어질 거라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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