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9일
<공황장애 일기> 책을 읽다가도 공황에 빠진다
2024년 1월9일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은 공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점심을 먹고 정말 오래간만에 책을 읽으려고 쇼파에 앉았다. 음악을 틀고 책을 읽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글자들이 제멋대로 지나간다. 아, 공황장애가 책 읽는 것까지 방해하는 것일까? 아니면 갑상선저하증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안 돼. 나는 더 책에 집중하는 것으로 과호흡이 오는 걸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할수록 호흡은 더 가빠진다. 비상약을 먹어야할까. 안방으로 가서 텔레비전을 켜야 할까. (하긴 공황장애 환자가 꼭 이런 책을 읽어야 했나, 하는 스스로의 의문은 있다. 굳이, 왜. 이 책을.)
아냐. 한 챕터는 읽어야지. 훌렁훌렁 책장을 넘긴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책 한 챕터가 뭐 중요하다고. (하지만 한 챕터 끝까지 책장을 다 넘기긴 했다.)
안되겠다. 내가 창안한 방법, 공황장애 일기를 써보자. 지난 번에 일기를 쓰면서 차분해졌잖아. 재빨리 컴퓨터를 켠다. 호흡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가쁘다. 지금까지 책 읽으면서 이렇게 된 적은 없는데 왜 또 새로운 공황 트라우마를 내게 안기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 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호흡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글 쓰는 데 생각을 집중시키며 여기까지 썼는데, 호흡이 크게 안정이 되지는 않는다. 일단 비상약을 먼저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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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상약을 먹고 글 쓰는 것을 중단하고 침대로 가 쿠션에 등을 기대로 앉아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드라마도 신중해야 합니다. 긴장과 서스펜스, 스릴러가 있어 손에 땀을 쥐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럴 때면 채널을 돌려야 합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과호흡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그런 긴장감이 없는 순한 채널을 봐야 합니다. 마에스트라도 재미는 있는데, 저로서는 계속 보기가 어려운 장르에 속합니다. 그러니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잔잔한 여행 같은 것이 아니면 쉽게 과호흡을 진정시켜 줄 프로그램을 즉시 찾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새 기억을 잊었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을 보면서 안정을 되찾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신과 약처방을 위해 상담을 가면 비상약을 먹었는지, 먹고 나서 효과가 있었는지를 물어보는데 지난 번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효과가 빨리 온 듯 합니다. 30분 가량이 지나자 거의 정상적인 호흡과 안정이 찾아온 듯 했습니다.
그래도 공황장애 일기를 쓰기 위해 바로 컴퓨터에 앉기는 어려웠습니다. 조금 더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 채널을 뒤적거리며 완전히 나아지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루가 금방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서는 하루가 참으로 길었는데, 점심시간만 기다리고는 했는데, 그냥 집에 있다보니 점심은 순식간에 찾아오고 어느새 시간은 오후 중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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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설거지는 안 했는데, 좀 있다 설거지도 하고, 아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중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제도 재활용품 버리기를 위해 나가서 좀 걸어보려다가 5분도 안 되어 과호흡이 와서 놀라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어제보다는 조금 더 걸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귀에다 헤드폰을 덮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약간 비처럼 변한 눈을 맞으며 조금씩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과호흡을 떠올리면 과호흡이 옵니다. 그래서 오늘은 눈 풍경 사진을 찍어 공황장애 일기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에게도 자랑하고픈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걸으면서 눈에 덮인 나뭇잎과 열매들을 찍다보니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예쁜 사진들을 건졌습니다.
이제 하나의 새로운 과호흡 증가와 하나의 과호흡 감소를 경험한 날입니다.
그래도 기분이 우울하지 않고 약간 상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좋습니다.
어제는 오후부터 기분이 상쾌해졌는데, 밤에 갑자기 가슴 조임이 심해지면서 공황 직전까지 가면서 절망적인 상태가 되었거든요. 아득해지고 멍해지면서 내가 사라지는 그 기분, 그리고 지속되는 가슴의 쥐어짜는 듯한 흉통. 아내에게도 말할 수 없고, 혼자 엎드려 삭혀내고 숨기고 버텨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아침에도 사실 비슷한 상태로 일어나긴 했는데, 지금은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밖에 잠시 나가 걸어본 것이 큰 효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또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진 모르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상태로 일기를 미리 마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