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아이가 아침 7시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는 자동차에 둘째를 태워준다. 그러면 둘째가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조금 짧아진다. 그래서 아침 6시 50분 경에 두 딸은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사실 큰 딸은 바이올린 선생님인데 오전에 노는 시간이 좀 아까워 오전만 편의점 알바를 하는 기특한 딸이다. 근데 이번 주말에 바이올린 가르치는 제자들과 함께 장소를 대관하여 발표회를 갖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는지 몸살이 오고 말았다. 어제 병원을 가서 약을 처방받았지만 오늘 아침은 일어나질 못해 편의점도 못가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 오늘은 몸 상태가 좀 안 좋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어제는 저녁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상태가 너무 좋아져서 기뻤다. 둘이 자기 전에 같이 간단하게 예배를 드리고 잔다. 찬송 한 장 부르고, 시편 말씀 읽고, 기도하고 자는데, 나는 호흡 때문에 찬송가도 거의 리듬을 따라 가지 못하고 흉내만 내고, 성경 읽기도 거의 아내 혼자서 읽어준다. 물론 기도까지도 아내가 한다. 나는 그저 환자로만 참여만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어제는 또렷한 음성으로 찬송가를 두 장이나 다 리듬따라 불렀고 성경 시편도 호흡불편 없이 잘 읽었다.
와, 오늘 너무 좋다. 그렇게 말했더니, 아내는 또 몰라. 내일은 어떨지. 그랬는데, 정말 오늘은 가슴 상태가 그닥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막내딸 버스 정류장까지는 태워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운전기사로 나섰다. 차로 가면 먼 길은 아닌데 걸어가면 빠른 걸음으로 20분은 족히 걸어야 되는 길이다. 어둡고 밤새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워진 길이라 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 이런 날 아빠가 차를 태워주면 얼마나 좋은가.
그렇게 잘 태워주고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천천히 걷는데 느낌이 달랐다. 호흡이 불안정하게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아, 또 오는구나. 호흡을 조절하며 집으로 돌아와 바로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보고 누우면 호흡 빠르기가 더 빨라지는 것 같아 옆으로 새우잠을 자듯 웅크리고 숨을 깊고 천천히 내쉬었다. 비상약을 먹어야 할까, 갈등이 시작되었다. 아내가 출근 준비와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가 비상약을 먹으면 아내가 얼마나 걱정할까, 아직 아침을 안 먹었는데 공복에 비상약을 먹어도 될까. 이런 걱정으로 결국 비상약을 먹으러 일어나질 못했다.
아내가 대충 짐작을 했는지 안방 불을 꺼주면서, 갔다올게, 아침 잘 챙겨먹어, 하고는 나간다. 잠시 뒤 큰 딸도 병원에 링거를 맞으러 가고 나는 겨우 호흡을 고르고 잠에 골아 떨어졌다.
일어나니 10시가 훌쩍 넘어 있다. 혼자 밥을 먹고 약을 먹고 그제서야 휴대폰을 보니 어머니에게서 부재중이 세 통이나 찍혀 있다. 2주 전에야 겨우 몸이 안 좋다고 말한 뒤 통 전화를 못했다. 교회를 3주나 못 갔는데,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부재중이 3통이라니, 괜히 마음이 쓰여 전화를 했다. 아직 호흡은 불안정하다. 어머니는 자기는 아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신다. 혼자 몸인데 무슨 걱정할 게 있냐고, 날마다 요양보호사 오니까 아무 걱정 없다고, 약 잘 먹고 네 몸만 생각하라고 하신다. 눈물이 울컥 치민다. 아침에 동생이 전화 왔다며 여기는 아무 걱정도 하지말라고 하신다. 사실 동생에게 이제 회사도 관뒀는데 어머니 용돈 못 드리게 되어 제일 걱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전화 자주 전화하지 못해도 잘 치료받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고 끊었다.
계속 불안정한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볼 게 없다. 책을 읽어으려 해도 집중이 안 되고 과호흡이 오고, 조금만 걸어도 과호흡이 오고, 텔레비전을 켜도 별 관심도 안 생기고, 누워만 있을 수도 없고.
나는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사실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오늘 공황장애 일기는 안 쓸까 생각했는데, 너무나 할 일이 없어서 조이는 가슴 그대로 앉아 일기를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