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2024년 1월17일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2024년 1월17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무기력의 총집합이다.


현재 우리집은 남향이라 낮에는 거실온도가 26도까지 올라갈 때가 있다.그래서 손님이 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난방을 하지 않고 지낸다. 그럼에도 아무런 겨울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정말 몸살이 나거나 했을 때 그쪽 침실방만 살짝 틀곤 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싫어서 계속 이불 속에서 누워 있다가 아내가 아침 식사를 챙기기에 억지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얇은 잠옷만 입고 있으니 썰렁한 기운이 느껴져 거실만 살짝 난방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눕기가 그래서 거실 쇼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데 쇼파 바닥이 차다. 그래서 아내 도움을 받아 막둥이 딸이 서울 자취하면서 쓰던 1인용 전기요를 쇼파에 깔았다.


쇼파에 앉아 온도를 올리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다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본다.

구름이 걷히고 어둠이 걷히고 날은 밝아온다. 해님이 떠오르는 곳에서부터 밝은 광채가 난다. 동탄쯤으로 보이는 먼 곳에 우뚝 서 있는 세 개의 큰 건물 꼭대기에서 불은 불빛이 깜박거린다.


멀리서 까치 두 마리가 서로 뒤쫒기를 하고, 오리들은 줄을 지어 멀리 동탄쪽으로 날아간다.



아내가 쇼파 옆에서 앉아서 묻는다.

아침 약은 먹었어?

응.

많이 안 좋아?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복합적이야.


사실 오늘 무기력한 것은 가슴 답답함이 크게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기는 하다. 어제는 정말 아무런 문제 없이 평온하게 잘 흘러갔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묵직하다.


출근하는 아내에게, 기분 좋은 날도 있고, 또 흐린 날도 있는 거지. 금방 좋아질거야. 하고 웃으며 배웅했다.


아내가 출근하자마자 쇼파에 깔아놓은 전기요 위에 몸을 눕힌다. 아내가 내 손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할 때에도 나는 그저 눕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어서 눕고싶다. 눕고 싶다. 따뜻한 전기요 위에 몸을 눕히고 겉옷으로 가슴을 둘렀다. 금방 잠이 들었다.


틀어놓은 오디오 CD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눈이 떠졌다.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 음식물 쓰레기며 각종 재활용 처리, 설거지는 내가 담당하겠노라고, 놀면서 그런 거라도 해야지 하며 말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마저도 하기 싫다. 책을 꺼내보지만 책읽기도 흥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오전이 흘러간다.

살면서 그런 날이 있다.

괜히 기분이 좋지 않고 울적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고 짜증도 나고 자신이 미워지고 마음속으로 소리치고 싶고 하지만 결국 그냥 누워 있고만 싶은 그런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가보다.

음악은 바꿔 들어야 하니 끙 하면서 일어나 CD를 바꾼다. 지금은 오르간 음악이 거실을 움직이고 있다. 나는 가만히 있다.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 움직이고 싶은데, 아 몰라,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 하고 몸을 눕힌다. 중력에 저항하지 않는 날이다.



오후에는 활짝 갠 날처럼 내 마음도 밝아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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