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꼬리 단상 12>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하기

혜민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162쪽

by 봄부신 날

하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내 마음에 딱 들지 않아도

깊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깊은 사랑은

이해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완벽하지 않은_162쪽.jpg (혜민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162쪽)


이해하지 못했는데,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벌이고 다니는데, 그를, 그녀를,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인류를 사랑하기는 쉬워도, 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힘듭니다.


시어머니 사랑하기보다 옆집 할머니 사랑하는 것이 더 쉬운 것처럼,

어떤 사건의 대상이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바뀔 때,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맺어지는 순간,

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이론과 규칙은 순식간에 휴지가 되고 맙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네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봤냐고!”


당사자가 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에 대해,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자녀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나고, 가슴이 끓어오를 때,일지라도,

우리는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완벽하지 않은_그림.jpg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서는 안 됩니다.


사랑하니까, 더 잘 되라고, 학원 보내고,

사랑하니까, 자녀 뜻은 묻지도 않고, 학과를 결정하고,

사랑하니까, 그의 입맛은 묻지도 않고, 가장 비싼 음식을 시키는 것,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하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닭날개를 꾹 참고 그에게 주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닭날개가 아니라 닭다리를 좋아하니까요.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 방식대로 사랑하는 것은 결코 진짜 사랑이 아닙니다.


그가 음악에 빠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가 독서에 빠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가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도,

그가 빨간 치마를 입어도,

그가 노래를 잘 못해도,


내 기준이 아니라

그냥, ‘그’이기 때문에,

그 존재함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내 뜻을 펼치지 않는 것.

그를 그냥 ‘그’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최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이 하나 있어 공유해봅니다.

“사랑이란 화가 났을 때도 서로를 돌보는 것”
















오늘, 나는

그를 얼마나 (진짜로) 사랑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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