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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Jan 24. 2024

(책꼬리단상) 시를 다시 생각하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


햇살 가득한 나의 오전 독서 시간.


요즘 문득 시를 너무 읽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년 시절 그렇게 시를 읽고 쓰던 그 열정은 어디로 다 사라져 버린 것인지.


생각하다 많은 독서인들의 심금을 울린 교수님의 시를 이용한 에세이가 있다길래 중고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딱 나에게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이성선 / 사랑하는 별 하나)





얼마나 글들이 매끄럽고 가슴을 뒤흔드는지 한 꼭지씩 소분하여 조심스레 읽고 있다.

한꺼번에 후르륵 다 읽어버리기엔 너무 많은 감성이 출렁이고 있어 그럴수가 없었다.


별, 주제 하나를 꺼내고서는 온갖 시인과 시와 그림과 노래와 이야기를 엮어 그만의 아름다운 별과 인간, 고독 과 그리움, 사랑의 우주를 보여준다.


노래도 유심초의 한국 가수와 시, 한국 동요와 번안곡의 트윈플리오, 외국 노래 가사 그리고 고흐의 그림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계속 씨줄 날줄로 엮어 나간다.


밤하늘 별을 보지 못한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호흡하며 읽어본 적이 없었다.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같은 정서적이고 추성적인 어휘로 별 하나씩 이름을 붙여 부르던 그가,

어머니에 이르러 연거푸 어머니를 부른 다음,

뭔가 홀린 듯,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고 받아들인 저자의 해석.


어머니를 부르며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게 되자, 그는

폭포수처럼 그의 기억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시인들을, 하늘의 별처럼 거대하게 쏟아내기 시작한다.





직장에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내 활동의 폭도 많이 좁아졌다.

하루종일 집에만 머무르며 혼자 산책을 다니는 정도다.


집에 전화를 오래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너무 걱정할까봐 나는 회사를 퇴직한 뒤로 전화를 멀리 했다.

그러다 어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너무 안 해도 걱정할 것 같아서였다.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응께 너는 엄니 걱정 하덜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퇴직하면서 동생에게, 어머니한테 드리던 용돈을 못 드리게 되어 가장 걱정이 된다고 말했는데, 그게 어머니 귀에 들어갔나 보다. 혼자 사는 데 돈 들 일도 별로 없다며 자신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쉬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니도 여러 곳 병원을 다니시고 요양보호사 서비스도 받는데, 겨울철 난방비도 들 것이고 노인연금으로만 살아내기 힘들 것인데도, 어머니는 자신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울컥 그리움과 함께 눈물이 차오른다. 자신보다 아들을 더 걱정하면서, 명랑하게 웃으며 걱정 없다는 듯이 말하는 어머니.



별이 밝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하면서 가져온 방정환 아동문학가의 동시


형제별을 읽으면서 저자는, 형에게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자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부끄러워한다.


이제는 나도

밤에 나가서 하늘의 별을 봐야겠다.


시골 농촌처럼, 오지 산골짜기처럼 별이 쏟아지지는 않겠지만,

우리 아파트가 수원 끝쪽이라 아직 논밭이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다.

그렇다면 약간의 별들은 반짝반짝 빛을 내리라.



수많은 별들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위해 빛을 내주고

나도 그 별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기는 그 순간.


수억년의 과거에서 반짝거리는 빛과 수억년 뒤의 내가 동시에 만나는, 

과거와 현재가 동일선상에서 조우하는 그 기막힌 시간의 영원성.


오늘 하루는

내가 반짝거리는 별이 되어

그리움과 고독에 별을 찾는 사람에게

은은한 빛을 내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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