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아름다움을 만나는 계절

만우절 새 뜻

[만우절의 뜻풀이]

나는 만우절을 '만 가지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 계절'로 풀이했다. 물론 어디 사전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만 가지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고, 벗일 수도 있다. 만 가지 아름다운 꽃이 찾아오는 계절. 4월은 바로 그런 만남의 계절이다.

아직 저녁과 낮의 기온차가 크긴 하지만 이제는 완연한 봄이 왔다. 그러면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여기서 저기서 들판에서 길가에서 돌틈에서 온갖 곳에서 크고 작은 꽃들이 봄바람에 고개를 내밀 것이다.

그러니 만우절은 만 가지 아름다운 것을 만나는 계절의 시작이다. 아침 산책길에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꽃들을 만난다. 그러면 나는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낮추고 작은 꽃과 비슷하도록 나를 낮춘다. 그래야 보인다. 그래야 하얗고 노란 꽃무리가 아니라, 하나씩 자신만의 꽃잎을 피우고 있음을 깨닫는다.

꽃무리가 아니라, 너, 하나의 꽃을 만난다.

아파트 화단에 제비꽃 무리가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하나의 꽃에 다가간다. 꽃마다 보라빛의 농도가 다르다. 내밀고 있는 입술의 길이도 다르고 방향도 다르다. 나를 맞이하는 꽃이 있는 반면에 새초롬이 고개를 돌리고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꽃도 있다. 어느새 누군가는 오빠꽃이 되고, 언니꽃이 되고, 동생꽃이 된다. 멀리서 보면 그냥 제비꽃인데, 가까이서 보면 너 하나다.

어제가 만우절이었지만, 계절은 하루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 계속 만우절이 이어질 것이다. 4월에 피는 꽃, 5월에 피는 꽃이 다르다.  식물도감에 이름조차 없어도 들판에는 꽃이 피어난다. 사진을 찍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작은 꽃이어도, 내가 카메라에 담지 못해도 너는 꽃이다.

오늘은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