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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May 15. 2024

(책꼬리단상) 철조망 사랑

밀란 쿤데라,농담


<철조망 사랑>



공간을 가로지르며 내리는 빗소리가

하이든 소나타 피아노 소리와

묘하게 어울리는 날입니다.



딸이 스승의 날이라고 받아온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오후 망중한을 즐깁니다.



최고의 사랑.

이번 주 독서모임 <농담>을 다시 읽으면서

가슴 아픈 사랑을 또 마주합니다.



철조망 틈새로 입맞춤을 해보지 않았다면

감히 사랑을 논할 자격이 없겠다,라고

생각해봅니다.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곳.

이쪽은 자유롭고 저쪽은 억압되며

이쪽은 시간이 흐르고 저쪽은 시간이 왜곡되며

이쪽은 사랑하고 저쪽은 슬퍼하며

이쪽은 슬퍼하고 저쪽은 절망하는


그래서

철조망 틈새는

블랙홀이 되는 곳

입맞춤이 일어나는 순간


모든 물체의 질량과 소리와 시간을 빨아들여

모든 것은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 남는 곳


아, 우리의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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