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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Jul 09. 2024

[취미가 독서] 16.전쟁 중 군인에게 필요한 건 책!

[취미가 독서] 16화. 전쟁 중 군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책!!!!


제목을 보고 피식 웃은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전쟁 중인 군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책이라니. 아무리 독서가 취미인 사람의 이야기라도 너무 심한, 과대포장된 의견 아니냐고 나무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서 역사 중에서 전쟁 때 일개 병사들이 얼마나 책을 갈망했는지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잘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링컨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늘 손에 세익스피어의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고 한다. 그는 고민이 쌓일 때마다 책을 펼쳤고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장관들과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그는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다. 책이 없었다면 어쩌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참조, 데일카네기의 "링컨 당신을 존경합니다" 중에서 가려냄)


미군은 세계대전에 참여하면서 병사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자국 신문에 계속해서 집에 있는 책을 보내달라고 광고했다. 미국은 본토를 떠나 타향에서 연합군과 전투를 지르는 소년과 같은 앳된 군인들에게 1941년부터 대대적으로 책을 보급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전국의 도서관과 가정에게 군인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기증해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양장본이었던 당시 책들은 군인이 무거운 짐 속에 더해 함께 가지고 다닐 수 없는 짐꾸러기가 되었다.병사들은 책 한 권을 돌려가며 읽었다. 수준 높은 문학 작품들이었다.


미국은 이 일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고 담당자를 선임하고 예정을 책정하였다. 국가와 출판사와 협회와 육군, 해군, 공군 담당자들은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든 미군들이 군인들의 뒷주머니, 가슴 앞주머니 등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진중문고를 개발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페이퍼북은 2단으로 인쇄되었고, 폭탄이 터지고 시체가 쌓여가는 죽음의 전쟁터에서 병사들을 위로해주고 공포를 잊게 해주고, 희망을 갖게 해주는 총 이상의 무기로 병사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들은 군에 가기 전에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책은 치료 효과를 발휘하여 병사들이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과 비극을 더 잘 견디게 해주었다. 병사들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불안과 긴장으로부터 위로를 주었다. 독서는 사기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신경쇠약을 미연에 방지해주었다. (전쟁터로 간 책들, 77쪽)


난생 처음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은 조금 전까지 얘기를 하던 동료가 살점이 찢어진 채 소멸되는 모습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에 빠진다. 전쟁의 트라우마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리라. 청년 시절에 보았던 90년대 영화 <하얀 전쟁>이 아직도 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전쟁이 끝나고도 개인에게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의 트라우마가 내게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볼트는 그 책에서 부러진 다리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던 주인공이 울음을 터뜨리차 그 고통이 어느 정도 가셨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때까지 볼트는 감히 울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 단편소설을 읽고서 머리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큰 소리로 울었다. (같은 책, 78쪽)


아이젠하워 장군의 노르망디 침공작전은 세계 제2차 대전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작전이었는데, 아이젠하워는 이때 군사들의 사기를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참모들이 제시한, 특수서비스국이 제안한, 출동 집결지역에 출정하는 모든 병사에게 1인당 진중문고 1권씩 배부하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사기는, 다른 조건들이 유사하다면,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같은 책, 145쪽)


마침내 상륙함에 타게 되었을 때 자신들의 배낭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깨달은 군인들은 부두 근처에 불필요한물건을 내버리고 휴대물품을 가볍게 했다. … 그 물건들이 무더기들 사이에서 진중문고의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47쪽)


전쟁 중에 책은 어떤 의미를 갖길래 이렇게 책을 1권씩 배부하겠다는 결정하도록 만들었을까. 책이 정말 그렇게 군사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는가. 적대국인 독일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세계 제2차대전이 나치에 의해 일어나고, 나치는 반독일적이라고 판단되는 모든 책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한다. 가장 독일적인 책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었고 이 책에 반하는 모든 책은 거의 1억 권 가까이가 파괴되었다. 책이 체포되고 화형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책이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면서 독일은 책부터 불태웠다. 책이 총보다 더 무섭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 불태우기 행사는 독일 전역으로 번졌고 대학들마다 앞다투어 이 행사를 진행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단 하루만에 2톤의 책이 불태워졌다.


일단 어떤 나라를 점령하면, 독일은 히틀러의 권력을 강화하고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그 나라의 문화, 역사, 문학, 예술, 미디어, 오락 등을 개편했다. 종종 가장 먼저 파괴되어야 할 문화적 기둥은 도서관이었다. …


동유럽에서 로젠베르크 부대는 무려 375개의 문서 보관서, 402개의 박물관, 531개의 연구소, 957개의 도서관을 불태워버렸다. 나치는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에서는 모든 책의 절반, 러시아에서는 5500만 권의 책을 불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터로 간 책들, 33쪽)


책은 전투를 앞둔 군인에게 은총과도 같았고, 이것은 모든 전선에서 들려온 이야기로 확인된다. (166쪽)



내 군시절을 돌이켜봐도 80년대 군부대에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한두 권이 다였었다. 책을 읽을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군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내가 속한 우리나라 군에서 독서는 군 사기를 저하시키는 남자답지 못한 행동처럼 여겨졌다. <전쟁터로 간 책들> 내용 중에는 독일과의 전투 이후 한국전쟁 때에도 일부 진중문고가 사용되었다는 글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도 2차 세계대전 때처럼 책이 널리 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이야기도 우연히 저자에 의해 발굴되면서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책에서 미군 병사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책 중의 하나로 꼽는 책은 베티 스미스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다. 책 속에 언급된, 미군들이 작가에게 미친 듯이 편지를 보내고 격찬했다는 다른 책들도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했다. 유일하게 찾을 수 있었던 책이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다. 도서 주문에 이 책을 포함시켰다. 연결되는 독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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