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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Jul 02. 2024

(취미가 독서) 15. 종이책이 사라진다면?


[15화] 종이책이 사라진다면? 안 돼!!!


종이로 만들어진 책은 과연 사라질 것인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종이책에 대한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세상이 디지털로 변하면서 종이로 된 책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자책 발간과 이를 읽기 위한 전자책 리더기가 상품으로 나오고, 밀리의 서재 같은 플랫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오디오북이 나와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는 동안 책을 들으며 갈 수 있도록 하며 종이책을 대신하고 있다.


종이책과 디지털북의 선호도에 있어서도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어진다. 반드시 종이책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기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자책이 주는 장점이 젊은 독서가들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전자책이든 오디오북이든 독서 인구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고 오히려 더 반겨야 할 상황이지만, 이때문에 종이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마에 식은땀이 난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을 지키는 이야기에 관한 책은 일본인 작가 코교쿠 이즈키의 장편소설로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라는 책이다. 일본은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잦기 때문에 작가는 2011년 거대한 지진을 경험하면서 어쩌면 어찌할 수없는 자연재해나 끔찍한 핵전쟁 같은 것이 오면 책이 모조리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작가로서는 그 상상력의 혼란과 불안을 떨쳐 낼 수가 없었고, 그러한 걱정이 끝내 아름다운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한 것이다.



책 속 배경을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가까운 근 미래에 2011년과 같은 자연재해나 또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의해 짧은 전쟁이 일어난 후 모든 책은 사라지고 만다. 모든 글은 디지털로 바뀌었고 학교 수업도 개인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진행하는 세상이 오고 말았다.


책이란 존재는 희귀한 과거 유물로서 매우 비싸고 정보를 담는 저장 용량도 작은 그런 비효율적인 것으로 전락해 있었다. 그런데 <사에즈리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바로 종이책으로만 보관되는 유일한 도서관. 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무료로 대출이 가능한 도서관. 하지만 책 한 권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책에는 칩이 달려 있고 언제든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책의 위치를 파악하여 책을 가져오는 일을 해야 한다. 와츠루 씨가 그 일을 맡고 있다.


"본 시설에서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대여 여부와 상관없이 자료의 위치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죠. 본 도서관은 분실이나 파손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용자에게 금전을 요구하진 않지만 빌려 간 도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반납해야 합니다." (위의 책, 27쪽)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츠루 씨는 책 한 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런 제도를 만들어서 한 권의 책이라도 없어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성의 결과론과 대비하는 것을 제외하고, 책을 읽는 즐거움에서만 보더라도, 종이책은 손에 닿는 촉감과 냄새 등 전자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자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종이책의 그런 부분이 불편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난 매일 책을 읽지만 우리 딸은 독서가 사치스러운 취미라면서 탐탁지 않아 했죠. 단말기로 보는 영상이나 데이터가 백만 배는 재미있다고 계속 말했어요. 나도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요." (같은 책, 34쪽)


만약 종이책 한 권 가격이 10만 원씩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정말 독서는 사치스러운 취미 활동이 될 것이다. 돈 좀 쌓아두고 있어야 책 한 권 사볼 수 있고, 한 달에 다섯 권이나 열 권씩 읽어대는, 독서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매우 부자여야만 가능한 취미로 바뀔 것이다.


"저도 종이책을 좋아하지만 책은 기호품이잖아요. 사치스러운 취미랄까요. 책에 적힌 내용, 그러니까 데이터야말로 영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데이터는 지식이자 언어이자 감정이자 수치이자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굳이 종이책의 형태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 아니면 설마..." (121쪽)


그리고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책을 읽는다고 모두 훌륭한 인간이 되는 것인 아닙니다." 독서를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각하는 것이 많고 인성이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독서 행위와 인성은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아주 고급 취미가 된다면 더더욱.




종이책의 소중함을 은유하는 한 단어 <알렉산드리아>


책 중간에 불쑥 "알렉산드리아"라는 지명 이름이 튀어나온다. 알렉산드리아는 고대 이집트의 한 지명 이름이다.


와루츠 씨가 책상 위에 머그잔을 내려 놓으며 불쑥 중얼거렸다.

"알렉산드리아를 잊지 마라."

"네?"

카미오가 되물었다. 와루츠 씨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자기가 한 말을 얼버무리려는 듯 미소 짓더니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기 앉으세요." (같은 책, 56쪽)


여기 소설에서는 '알렉산드리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 하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렉산드리아"가 어떤 곳인지 잘 알 것이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수도 없이 땅을 치며 안타까워했던 바로 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300년 경부터 약 600년 동안 인류를 우주의 바다로 이끈 지적 모험을 잉태하고 양육한 곳이다. 그러나 그 대리석 도시의 위용과 영광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의 전 경호원을 시켜 건설한 도시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이었는데 그는 천문학자이자 역사학자, 지리학자, 철학자, 시인, 연극평론가였으며 수학자였다.


<천문학>에서부터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까지 그가 쓴 책의 제목만 보아도 그의 관심이 광범위하고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47쪽)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히파티아는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으로서, 초석을 쌓은 지 700년이 된 이 도서관이 파괴되고 약탈당할 때 그곳에서 함께 순사했다. (위 같은 책, 58쪽)


무엇보다도 도서관의 생명은 모아 놓은 책들에 있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세상의 모든 문화와 모든 언어를 샅샅이 뒤쳤다. 사람들을 해외로 보내서 책을 사들였고 장서를 확충해갔다.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일일이 손으로 쓴 파피루스 두루마치 책이 50만여 권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도서 대여증 하나만 남아 있었더라면 과거의 수수께끼들을 많이 밝혀낼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다. (위 같은 책 59쪽)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바빌론의 사제인 베로소스가 쓴 3권짜리 세계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실제 작품은 오늘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천지 창조부터 대홍수까지를 다루는 제1권에서 베로소스는 그 기간을 43만 2000년으로 잡았다. 이것은 구약성서의 연대기보다 100배가 긴 시간이다. 나는 그 책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궁금해서 지금도 견딜 수가 없다. (위 같은 책 60쪽)


나도 정말 궁금하다. 그 책이 있었다면 우리는 고대인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도서관이 사라지자 지식도 지혜도 모두 사라졌다. 전쟁은 도서관을 사라지게 한다. 그래서 독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은 진정 평화주의자다. 이 땅에 더 이상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도 안타깝고, 온 인류의 지혜가 담긴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도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더더욱 그렇다.


종이책이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점점 많은 책들이 디지털화되어 가지만, 엘피판이 다시 부활하는 것처럼 종이책도 영원히 살아 남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종이책은 이미 시대착오적인 물건이 되고 말았다. 사전도 교과서도 칠판도 전부 단말기에 그 역할이 넘어갔으니까.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298쪽)


하지만 우리(종이책 독서를 취미로 하는 사람) 는 낙관한다. 아무리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된다고 해도 종이책은 영원히 살아 남을 것이라고. 그것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의 임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종이책이여, 영원하라!!


세계가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이 아무리 바뀌어도,

설령 문명이 크게 쇠퇴하더라도

책은 죽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한은. (위의 책.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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