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부신 날 Jun 18. 2024

(취미가 독서) 13. 독서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13화. 선한 독서중독 자가테스트]



독서도 중독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늘 마음속에 이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책 읽는 걸 너무 좋아하다보니 아내가 퇴근해도 밥을 먹고는 대화보다 책을 펼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아내가 말을 걸어오면 즉시 응답하기 때문에 책 읽느라고 부부간 대화가 없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아내가 외출을 나가자 하면 즉시 외출복으로 갈아 입습니다. 저녁 설거지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스스로 독서라는 행위를 통제할 수 있으며, 가족보다, 아내보다, 신앙보다 더 상위에 두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틈만 나면 책을 보는 별종으로 보이는 사람이기는 합니다. 저녁에도 텔레비전을 켜지 않고 마지막까지 책을 읽다 졸리면 잠을 자는 사람입니다.



책 읽는 건 남자들 취미 활동 중에서 가장 건전한 것일 텐데, 건전한 것도 중독이 되면 나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운동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 말고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사회관계망이 단절될 수도 있는데, 책읽기 모임에 나가면 그 부분도 해결이 되지요.



중독에 대한 사회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약물, 도박, 인터넷, 쇼핑, 휴대폰 등을 지나치게 많이 접함으로써 해로운 결과에 이르게 되는데, 그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사용하는 현상. 중단하고 싶고 해로운 것도 알지만 욕구가 너무 강해 통제와 중단이 불가능한 상황.



일단 독서는 약물이나 도박, 인터넷, 쇼핑, 휴대폰 등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해로운 대상은 아닌 거죠. 하지만 책을 읽는 걸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자신의 사회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거나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이 된다면 이는 해로운 중독에 해당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중독 증상을 보이는 독서가가 어디 있을까요? 극단적이지만 정말 그렇다면 희귀질병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여기서 <독서중독 테스트>라는 제목을 붙이고 글을 쓰는 '중독'의 의미는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이 힘들 정도로의 중독, 진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중독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 사람인가. 이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가. 하는 것을 판별하는 것이라 하겠죠.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면 초입에 붙어있는 글을 한 번쯤은 읽어봤을 겁니다. 톰바리는 작가가 쓴 책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에서 따온 것인데 한번 살펴볼까요?



1. 모르고 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있다.

2. 시작하기도 전에 읽기를 포기한 책이 있다.

3. 표지디자인이 좋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4. 책을 펼쳐 잉크와 종이 냄새를 들이마시면 안정이 된다.

5. 단지 할인한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6. 갑자기 잘 모르는 주제에 깊이 흥미를 느끼고 책을 여섯 권 이상 산 적이 있다.

7. 가족의 눈을 피해 책을 들여오기 위해 근사하고 엉큼한 계획을 짠 적이 있다.

8. 집에 손님이 와서 하는 첫마디가 대개 당신의 책에 대한 언급이다.

9. 침대 옆에 적어도 대여섯 권의 책을 놓아둔다.

10. 책방 직원이 찾지 못하는 책을 당신이 찾아준 적이 있다.



몇 개 이상이면 독서중독이라고 했을까요?


2번 질문은 왜 독서중독에 넣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니까 너무 두껍거나 어려운 책을 산 적이 있다. 뭐 이런 뜻일까요?


질문대로 답을 해보면, 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르고 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있다. (수도 없이 많습니다.)

2. 시작하기도 전에 읽기를 포기한 책이 있다. (그렇습니다.)

3. 표지디자인이 좋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그렇습니다.)

4. 책을 펼쳐 잉크와 종이 냄새를 들이마시면 안정이 된다. (그렇습니다.)

5. 단지 할인한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많이 그렇습니다.)

6. 갑자기 잘 모르는 주제에 깊이 흥미를 느끼고 책을 여섯 권 이상 산 적이 있다.  (다반사 일입니다.)

7. 가족의 눈을 피해 책을 들여오기 위해 근사하고 엉큼한 계획을 짠 적이 있다. (예전엔 좀 그랬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다. 책장 구석구석 집어 넣을 곳이 보이면 집어넣습니다.)

8. 집에 손님이 와서 하는 첫마디가 대개 당신의 책에 대한 언급이다. (두말 하면 잔소리죠. 거실 한쪽 벽면이 그냥 책장이니 눈에 확 들어옵니다. 책 말고 무슨 얘길 꺼낼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 이게 내 로망이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9. 침대 옆에 적어도 대여섯 권의 책을 놓아둔다. (뭐 침대만 그럴까요, 책상 위, 쇼파 위, 거실, 화장실, 책 없는 곳이 발견되면 이상한 집입니다.)

10. 책방 직원이 찾지 못하는 책을 당신이 찾아준 적이 있다. (글쎄, 이 질문은 좀 묘합니니다. 요즘 컴퓨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웬만하면 스스로 찾아내거든요. 직원한테 물어보면서까지 책을 산 적은 없습니다.)


뭐 이렇게 답을 하고 보면, 내가 책중독자인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세심하고 면밀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 있는데 '책중독'과' 독서중독'은 서로 다른 말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책중독'이 아니라 '독서중독'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글쎄요, 같다고 보면 같을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단어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소소하게, 독서중독>이라는 책을 펴낸 독서중독자의 책 속에 '독서중독'이라는 말 대신 '독서광'이라고 표현한 꼭지글이 하나 있습니다. 앞부분만 살짝 옮겨 봅니다.



[독서광 되는 방법]

"독서에 미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 주위 환경을 책을 볼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만들면 된다. 먼저 집 한가운데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텔레비전부터 제거한다.  ... 드디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퇴근 후, 혹은 하교 후 집에 오면 이제 책밖에 볼 게 없다. 텔레비전이 없으니, 컴퓨터가 없으니, 스마트폰이 없으니, 가족과 대화의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대화하다 지치면 책을 보면 된다. 책을 보다 지치면 대화해도 좋다. 이도저도 하기 싫으면 그냥 멍하니 있어도 괜찮다."  (김우태, <소소하게, 독서중독>, 47쪽)



뭐, 저자 김우태는 편한 마음으로 그렇게 적었을지 몰라도 아마 스마트폰을 없애면 금단증상으로 인해 정신이 헷가닥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 글은 책을 잘 안 읽은 사람을 위한 글이지, 독서중독이 된 사람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저는 독서중독자를 판단하는 근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런 자가진단 테스트표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되는 바 결국 제가 밤을 새워 하나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태훈의 독서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입니다.


이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는 "책중독 테스트"가 아닌 내가 만든 "독서중독 테스트" 글로 바꾸시기 바랍니다.


 [이태훈의 독서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1. 책을 읽다가 끼니를 놓친 적이 있다


2. 책을 읽다가 내려야 할 정류소를 놓친 적이 있다


3. 배우자, 반려견, 가족보다 책 신간이 더 중요하다


4. 생일선물로 최신간 책을 받으면 행복하다


5. 대중교통 (버스, 지하철)을 타고 가다 책 읽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얘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6. 책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밤을 꼴딱 새워 책을 읽은 적이 있다


7. 작가나 출판부에 오탈자나 책 내용에 대해 편지나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8. 책 이야기와 현실을 혼동한 적이 있다


9. 책 한 권을 읽으면 거기에 작가가 소개한 다른 책을 또 구해 읽는다


10. 술값(밥값)은 아까워도 책값은 안 아깝다


11. 책을 사기 위해 다른 걸 포기한 적이 있다


12. 친구들이 전화로 "뭐 하니" 물으면 대개 "책 읽고 있어"라고 대답할 때가 많다


13. 드라마, 영화보고 좋으면 책 원작을 꼭 사서 봐야 속이 풀린다. (책이 훨씬 좋다)


14. 너무 좋은 책을 읽으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라도 붙잡아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15. 침대 옆, 책상 위, 화장실, 거실 등 자신의 발길이 닿는 거의 모든 곳에 책이 놓여 있다.


16.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을 산다.


17. 감정이 불안정할 땐 서점을 찾아가면 안정을 되찾는다.


18. 밥 냄새보다 책에서 나는 냄새가 좋다.


19. 학교 공부를 못 해도 책읽기를 좋아하면 언젠가 성공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


20. 책 한 권만 있으면 어딜 가더라도 맘이 편안하다.


21. 가방에는 늘 한두 권의 책이 들어있다.


22. 병원에서 대기할 때, 지하철에서 기다릴 때, 친구와의 약속 시간을 기다릴 때 항상 책을 읽는다.


23. 틈만 나면 어디서든 책을 읽는다.


24. 책만 읽어서 애인, 배우자, 가족에게 심심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25. 휴일 날씨 좋은 날, 바깥 나들이보다 뷰 좋은 카페에서 책 읽는 것이 좋다.



스물다섯 개의 질문 문항 가운데 20개 이상 자기와 맞으면 독서중독 상 수준, 15개 이상은 독서중독자 중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밑으로는 하수니 감히 독서중독이라고 말도 꺼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요? 저야 당연히 25개 다 동그라미죠. 저는 독서중독 초극상 수준입니다.


어디 25개 다 맞춘 사람 손 한 번 들어보시죠~~^^

이전 12화 (취미가 독서) 12. 밑줄긋기, 옮겨적기-독서내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