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취미] 27. 책벌레-방귀남 증후군
지난 회에 밝힌 <책벌레 이야기> 중에서 "방귀남 증후군" 서점벌레는 특히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벌레로 알려져 있다. 이 책벌레는 책벌레가 발견되기 훨씬 이전에 한국의 서점에서 나타난 증후군인데, 그것은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다보면 반드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작은 것이 아닌 큰 일을 치르고 싶어진다는 사실.
한국에 사는 방귀남이라는 남자는 이 증상이 자꾸 나타나자 월간 <책>이라는 잡지에 "정말 창피하지만 저는 서점에 가면 꼭 화장실에 가고 싶어집니다"라고 투고햇다. 이 글이 게재되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독자들이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다고 잡지사에 투고했다.
같은 내용의 투고가 너무 많이 오자 놀란 잡지사에서는 캠페인을 벌려 이 현상의 원인규명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서점 직원이나 의학 전문가를 인터뷰해봐도 그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잉크 냄새 때문이 아닐까?' '짧은 시간에 책을 선택해야 해서 긴장한 것은 아닐까?' '책 먼지 때문은 아닐까?' 등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끝까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을 맨처음 투고한 방귀남의 이름을 따서 이 증상은 '방귀남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 증상을 추적하여 방귀남 씨는 잠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서점에 들어가면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증상을 유발하는것이 사실은 서점에 살고 있는 책벌레의 소행으로 단정지었다. 그 벌레는 읽기벌레의 일종인 서점벌레 속에 속하는 벌레로 방귀남 벌레다. 학명은 룸이어 맨 꼬랴(Roomear Man Corea)다. 서점벌레의 일종인 방귀남 벌레는 전 세계 서점 어디에서나 활동하며, 사람들이 서점에 들어와 책을 살필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신체를 조종한다.
당신은 서점에 갔을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없었는가? 나는 반대로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서점을 찾은 적도 많다. 알라딘 서점은 화장실이 서점 안에 없다. 그래서 많이 불편하다. 서점 안에 화장실을 두면 책을 가져 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화장실에서 책을 다 읽고 나와 책을 안 사고 그냥 갈 것 같아서일까? 아니면 방귀남벌레 박멸을 위해 화장실을 없앤 것일까? 어떤 이유로든, 인간의 생리적 욕구 중 하나인 볼 일을 보지 못하게 화장실을 두지 않는 건 대단히 무례하고 인간에 대한, 서점을 찾은 고객에 대한 큰 실례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서점에 갔을 때 화장실을 가고 싶다면, 꼬레 학명을 가진 방귀남벌레 때문인 것으로 알고 감사하자. 책벌레는 서점을 대단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