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 독서모임>
살다 보면 자기가 만든 이야기대로 인생이 흐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새로운 각본을 써야 한다. .... 그럴 때면 먼저 넘어진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독서모임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곳이다. (김설, 난생처음 독서모임, 75쪽)
나는 2개 정도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순수하게 온라인으로만 활동하는 까페까지 합치면 4개 정도가 될 것이다. 독서모임은 책을 매개로 모이지만 결국은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어떤 사람이 모이느냐에 따라 독서모임의 분위기와 방향, 깊이와 넓이가 확연히 달라진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독서동아리를 만들어서 10여 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회사의 식비 지원도 있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네이버 밴드에서 독서모임을 해보려고 두어 번 시도 했는데 오히려 더 힘들었다.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기대보다 많이 모이질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운영하기보다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모임에 참석자로 참여하는 편이다.
홀로 읽는 책도 있지만, 독서모임의 장점은 내가 원하지 않은, 또는 내가 즐겨 읽지 않는 장르의 책도 함께 읽는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 선정되거나 평소에 잘 읽지 않는 분류의 책이 선정되거나 가리지 않고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다보면 독서 편식에서 벗어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회원이 추천한 책 중에는, 나 혼자 독서했더라면 절대 읽지 않을 또는 절대 찾아낼 수 없는 책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러면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책을 읽어나간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즐겁다. 읽으면서 혼자서 독서 했더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책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책이 좋으면 책을 추천해준 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지난 달(2024년 11월)에는 총 16권의 책을 읽었다. 그 중에서 온라인 독서 까페나 밴드,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합쳐서 강제적으로? 읽은 책은 총 여섯 권이었다. 이만하면 꽤 좋은 성적이다.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모임용 책은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혼자 읽는 책은 던져 두었다가 다음 달에 읽어도 상관이 없지만 2주 단위로 마감이 들이닥치는 책은 마감에 맞춰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책이 함께 혼재하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책이 가벼우면 출퇴근 때라도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데. 이번처럼 500쪽이 넘는 책이 하나라도 걸리면 천상 집에서 읽어야 하는데, 늦은 시간에 퇴근해 와서 책을 읽는 일은 단련을 필요로 한다. 이번 온라인 카페 선정도서 한권은 결국 날짜를 넘겼다. 리뷰를 14일까지 올려야 하는 책이었는데 일주일이나 지나서 완독하고 리뷰를 썼다. 그래도 즐겁다. 혼자라면 질질 끌다가 완독을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끝까지 읽어냈다. 또 그만한 즐거움과 보람도 있었다.
김설 작가의 글처럼, 독서모임이 어떤 치유 같은 것이 일어나는 곳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책을 읽으며 감정이입도 하고, 내가 아플 때 책으로 위안도 받고, 모임에서 그걸 나누며 또 신비로운 반짝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김설 작가는 어떤 회원이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나서 자신의 경험을 나눈 글을 이야기 형식으로 공유했다. 자신에게 독서모임은 신비로운 순간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참여하는 건 분명히 독서모임이지만 그 신비로운 순간은 단순히 책에만 있지 않다고 했다. 책과 자기의 마음과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 사이사이에 난 길 어딘가에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는 그 좁은 길에서 작고 반짝이는 걸 발견했는데 그걸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도무지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나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자기가 인생에서 뭘 찾는지 모르는 막막한 기분일 때는 우연히 발견한 작고 반짝이는 것에 대해 떠올리는 데 그러면 조금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날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많이 울었다." (81쪽)
우리 독서모임도 그런 곳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렇게 되리라. 저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리라 생각해본다. 먼저 넘어진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금 일어서는 힘을 얻는 곳이길.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의 길이길 소망해본다.
책을 만나는 곳이지만 사람을 만나는 곳이고, 사람을 만나는 곳이지만 마음을 만나는 곳이다. 책은 사람과 마음을 연결하는 끈이자 스며드는 용액이다. 마음속에서 출렁이며 흐르거나 몰리거나 빠져나간다. 오늘은 이번 주 토요일 독서모임 책을 읽어야 한다. 아직 다 못 읽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