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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1일

by 봄부신 날

[2025년]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22쪽)




우리의 2025년은
아프게 시작합니다.


참을 수 없는 오열의 통증으로
과거의 과거의 과거로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2024년


그래도 지울 수 없어
액자에 고이
빛바랜 엽서로 간직합니다.


빨리 희미해지기를
결코 희미해지지 않기를
빨리 사라지기를
결코 잊지 않기를


반복하다
그만
당신과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경황 없이 당신을 맞이하니
송구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아직 우리 아가 살아있는 것만 같아
이름을 부르고 불러 목이 다 쉬었지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얼굴은 퉁퉁 부었고 눈도 흐리멍텅해졌어요


이 모든 게 꿈이길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내 몸 부서져라 저 둔덕 파내고 파내어
무너뜨릴 텐데


모든 게 꿈이길
꿈처럼 모든 게 다시 돌아오길
2024년이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있길


2025년에 활짝 웃으며 달려와
내 품에 풍덩 안기길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괜찮냐고 묻지 말아요


이미 나는 고통스럽고
다시 말하는 건 더 큰 고통이기에
눈빛도 보내지 말고
거기 머물러 서서 기다려주세요


내일이면 조금 더 단단해질 거예요.
저 콘크리트 둔덕처럼 단단해질 거예요.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나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온맘으로 달려오고
내 일처럼 함께 슬퍼해주어
고맙고 고마워요
잊지 않을게요
우리의 사랑과 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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