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꼬리 단상>24. 인간이 다 그렇지 뭐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1, 235쪽

by 봄부신 날

"따분하다. 나는 쥐를 가지고 놀다 지쳐 좁은 이동장 안에 벌렁 누워 빈둥거리며 잠이나 자기로 했다. 원래 우리 고양이 족속에게 '빈둥거리며 자는' 잠이란 없다. 고양이에게 잠이란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1,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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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은 약하게 추리물 형식을 띠고 있는 옴니버스식 단편소설집입니다. 고양이 관련 책 가운데에는 유독 고양이를 탐정화해서 쓴 일본 추리소설들이 많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고양이는 알고 있다"도 일본 추리소설이었고,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도 일본 추리물입니다. 게다가 이들 작품들은 시리즈물로 나오는 작품들이어서 계속 읽어보게 만듭니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주인공 또는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동거동물로 나오기 때문에(때로는 사람이 고양이의 동거인으로 표현됨) 심심풀이 땅콩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들이 다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드 보일러 형의 추리물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마도 고양이의 신비로움이 이런 류(가벼운 추리물?)의 작품들을 생산해내는데 한몫 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고양이는 잠이 많은 동물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하루의 3분의 2를 잠자는 데 쓴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인용한 글을 보면, 고양이에게는 '빈둥거리며 자는 잠'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시각으로 판단하여 잠만 자는 고양이에게 '게으르다'고 호통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잠'은 고양이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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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너라는 안경"으로 "문화의 상대성" 글을 썼습니다만 오늘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가 볼 때 고양이는 무척 게으르고 잠만 자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 고양이를 봤을 때의 이야기이고, 사실은 고양이들이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라는 겁니다.


고양이의 눈으로 볼 때, 인간들이 잠을 자지 않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앉아 있는 것은 매우 게으르고 빈둥거리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훌쩍 뛰어올라 모니터 앞을 가로막기도 하고, 서류뭉치를 찢어버리기도 합니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고 어리석은 것인지는, 어렸을 때부터 "여우와 두루미" 우화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겁니다. 정중하게 저녁 식사에 초대했지만 여우는 넓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오고, 두루미는 좁은 꽃병에 음식을 담아와서 서로 상대방 집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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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위기에 몰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마지막 법정에서 닭 한 마리를 두고 서로 자기가 가장 아끼는 부위를 먼저 먹으라고 줬는데 상대방이 무시했다고 하소연하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말입니다. 할아버지는 다리 부위를 좋아하는데 그걸 참고 늘 할머니에게 다리 부위를 먹으라고 주었고, 할머니는 날개 부위를 좋아하는데 늘 그걸 참고 할아버지에게 날개 부위를 주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서로 자기의 사랑을 무시했다고 화를 내다가 결국 이혼 법정에 서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 말입니다.


책에서 두 고양이가 대화합니다.

"저 아가씨와 동행인가요? 고생했겠네."

"억지로 끌려온 거야. 저 사람은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

"인간이 다 그렇죠 뭐."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1, 237쪽)


맞습니다.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사회생활을 하는 종족입니다. 그런데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생각만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가 탄식하듯 내뱉잖아요.

"인간이 다 그렇죠. 뭐."


이렇게 추운 날.

나 때문에 상대방이 더 추위를 느껴서는 안 되겠죠.

이타적인 하루.

당신에게 따뜻한 손난로 같은 나.

그런 하루로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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