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꼬리 단상 34> 깨진 유리창

깨진 유리창 법칙, 18쪽

by 봄부신 날

어떤 것이든 유리창이 깨졌다면

최대한 빨리 갈아 끼워야 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 18쪽)


<깨진 유리창 법칙>은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들을 방치해두면, 나중에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으로 1982년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이 자신들의 이론을 월간잡지 《Atlanta》에 발표하면서 명명한 범죄학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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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이론이기도 해서 책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모 헌책방에서 천 원에 팔고 있길래, 천 원어치 이상의 값어치는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집어든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깨진 유리창 법칙"을 만든 사람이 저술한 범죄심리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이를 비즈니스에 접목한 책입니다. 책 전체 내용은 기업 내에서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놔두면 망하게 된다,는 지극히 자기계발서적인 색깔을 띠고 있는 단순한 책입니다. 전체 쪽수도 200쪽에 불과하고 사실 크게 건질 것은 없습니다. 헌책방에서 천 원 주고 산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죠.


그렇지만 어쨌든 그런 중에 천 원의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 나름 열심히 밑줄을 치고 격언으로 만들어 필사 노트에 옮겨 놓았습니다.


어떤 것이든 유리창이 깨졌다면, 최대한 빨리 갈아 끼워야 한다. (18쪽)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이 기업이든, 아니면 자기 자신의 삶이든, 많은 경우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사소하다는 이유로, 금이 간 유리창을 방치해둡니다.


그러나, 곧 겨울이 오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깨진 유리창을 통해서는 찬바람이 들어오게 되고, 우리는 혹독한 운명을 맞이할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유리창이 깨어졌다고 지적하면, 그건 진작 알고 있었다며, 다른 환경, 또는 다른 사람을 핑계 삼기 일쑤죠.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자신의 깨진 유리창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유리창을 모두 깨뜨릴 수는 없다. (35쪽)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만 붙여둔다면

오히려 균열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만 한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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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 지나가면서 돌멩이를 튕겨서 유리창에 금이 갔다면 내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내 잘못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리창을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됩니다. 상처를 입은 것은 '나'이기 때문에, 유리창을 바꾸는 것은 내가 할 일입니다.


내 잘못이 아니고, 내가 유리창을 가는 것은 나만 손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손가락으로 계산하고 입술 앙다물고 버틴다면, 결코 손해보지 않겠다는 철저한 신념으로 무장한다면, 당장은 억울함이 가시겠지만, 최종적인 손해는 내가 입게 됩니다.


책에서는 미봉책 역시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테이프를 붙여 두는 것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테이프를 붙이는 것도 막는 방법이 아냐? 하면서 반감을 가졌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집 여름 방충망에 구멍이 나 있는 부분을 노란 테이프로 막아놓고 지내는 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랐거든요. 마트에서 방충망을 사서 뚫린 부분을 잘라내고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대충 구멍만 틀어막아놓고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고 있는 제 모습이 떠올라, 어쩔 수 없는 내적 항변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테이프는 임시방편이라는 사실이 진리입니다.

테이프는 임시적인 조치입니다.

곧 바람에 떨어져 나갈 것입니다.


깨진 유리창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다각도로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가정 생활 속에서 금이 간 것은 없는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대화가 부족한 것.

부부와의 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직장에서 자기중심적인 태도 등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또는 자기와의 약속에서의 깨진 유리창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령, 계획한 운동을 게을리 하고 있다거나,

건강식품을 사다놓고 게을러 먹지 않고 있다거나,

책 읽기를 계획해놓고 하루이틀 미루고 있다거나,

늘어놓다보면 오만 것이 깨진 유리창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월은 깨진 유리창을 점검해 보고,
하나씩 새 유리창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남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나만 아는 그런 실금도 있겠죠.


말하지 말고, 조용히 바꿔 봅시다.

그러면 내 인생의 겨울이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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