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꼬리 단상 46> 빼곡하고 고단하지만, 봄이닷!

너라서 좋다, 129쪽

by 봄부신 날

꿈 많던 이십 대엔 달콤한 성공보다

뼈아픈 실패가 더욱 많았다.


돌이켜보면 좌절이라는 감정이

계속 반복되었던 것 같다.


뭐 하나 쉽게 얻는 법이 없었고,

절실히 원할 땐 잡을 수 없었고,

한참 지나서 얻게 되면 그땐 이미 지쳤고

이전처럼 소중하지 않았다.


내 이십 대 청춘은 빼곡했고,

그만큼 고단했다.

(너라서 좋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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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과 조성현의 공동저자가 각각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책으로 펴낸 '너라서 좋다'.

무게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반려견, 반려묘랑 같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정겹다.


그네들은 아직 30대인 것으로 보이는데, 20대에 대하여 짧게 스쳐 지나가듯, 책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문구를 읽으며 피식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내 20대를 생각해본다. 빼곡했고 고단했던가?

그런데, 어느새 20대의 기억은 희부연 안개처럼 희미해졌다.


그냥 그때는 젊었고 찬란했다는 기억들.

마음은 많이 아프고 어두웠지만,

돌이켜볼 때 젊음이라는 약은 그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20대를 두 번이나 더 살아온 세월인 데도

여전히 빼곡하고 고단한 지금의 삶에

이건 뭐지? 하고 반문한다.


지금의 내 나이를 넣어

내 00는 빼곡했고, 그만큼 고단하다.고 바꿔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맘 놓고 편히 쉬지 못하는 내 일정표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막내딸이 수업료라고 적힌 누런 갱지를 내밀자, 가슴은 철렁 내려 앉는다.

3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것이라 미리 알고 있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사항이지만, 막상 예상했던 것이 구체적인 실체로 다가오면 미처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가슴은 무거워진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토요일이고 일요일이 여전히 빼곡하고, 고단하지만

어쨌거나 미납하지 않고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야간자율학습 때 식사 지원이 없어져 돈을 주고 날마다 저녁을 사 먹어야 한단다.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그래도 핵이 발사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그래도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아직 생각하고 말하고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4대 보험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가족이 있는 것에 감사한다.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을 알기에.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하도록 하고

오늘은 오늘 만난 사람들로 행복하자.


비록 빼곡하고, 고단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틈 하나 찾아보자.

아, 봄이다.

(책꼬리단상 46)170304-너라서 좋다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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