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미에 "너무 뻔한 조언인가?" 하면서 말끝을 흐리지만, 너무 뻔한 조언이면서도 사실은 매우 중요한, 뼈때리는 조언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국문과를 가면 굶어죽는다는 부모의 간곡한 부탁에, 나는 내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좋아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서 내 성정과는 아주 상극인 공대를 내 인생 항로로 선택하였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기계국문학생'이라며 놀림 아닌 놀림을 했고, 나는 싫으면서도 좋은 별명으로 받아들였다.
전공 외에도 열심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문학 작품을 읽었고, 문학상 응모도 시도해 보았다.
첫 책은 전공과 관련된 자기계발서였지만, 시집도 출간했고, 동화책에 이어 소설책까지 내게 되었다.
여전히 내 밥벌이는 내 전공이다. 나는 여전히 내 전공에 어설프고 자신이 없다. 내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만 같다.
이제 은퇴를 생각할 나이임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내 직업은 작가요. 지금의 직장은 생계유지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짧지만 시간을 내어 독서단상을 쓰고, 책을 구상한다.
내가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썼기 때문이다.
생각을 남기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아직도 내 컴퓨터 폴더에는 활자화되지 못한 숱한 습작품들이 가득 들어있다. 완성하지 못한 작품들이 5년 10년 묻혀만 있다. 한창 젊을 때 썼던 작품들이 어느새 20년이 흐르고 어른이 되었다.
"시작은 잘해요."
나는 시작은 잘 한다.
그런데 마무리가 약하다.
작가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렇지만 생각만 하고 있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몸을 일으키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훨씬 낫다.
나는 시작은 했다.
이제 과정과 결과만 이어주면 된다.
지금까지 작은 휴대폰으로 출근길 지하철에서 급하게 글을 쓰곤 했는데,
이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기분좋게 쓰고 있는 이것은, 사실 막내에게 대학 입학선물로 사준 노트북이다. 최근 들어 다른 노트북을 사용하길래 물어보니 속도가 느려 쓰기 힘들어서 당근으로 성능 좋은 노트북을 구매했단다. 그럼 아빠 주라, 하니까 잘 쓰지도 않으면서 주기는 싫은가 보다. 그래서 장기 대여를 했다. 아빠가 카드 결제하고 12개월간 힘겹게 갚아나간 건데, 안 주겠다고 하니 조금 섭섭하긴 하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커다란 화면을 보면서 글을 쓰니 뭔가 더 잘 써지는 것만 같다.
이제, 틈 날 때마다 미완 작품들을 손보며 진짜 작가의 삶을 준비해야겠다. (옆지기는 수익이 일정치 않는 작가의 삶에 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고개를 흔들지만, 나는 내 인생의 마지막을 작가로서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