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시
[집게벌레]
집게벌레 한 마리 세상이 어떤지도 모른 채
누런 방 안으로 들어왔지
사람들이 뭐라고 수군거리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벽을 기어오르며 새로운
길 하나 찾고 있지
온통 벽뿐인데도 벌레는
앞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삶의 무게를 재곤 하지
미래의 흔적을 찾고 있지
고독의 벽이 깊어지는 시간
나도 벽으로 기어올라 갔지
집게벌레 앞에서 더는 갈 곳 없어
함께 울어버렸지
(후조 요나단, 이태훈, 2009)
(창작의 변)
잠시 고시원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집게벌레 한 마리가 열심히 벽을 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삶의 무게를 재고 있는 집게벌레와
서로 제 무게를 논하며
그렇게 밤을 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