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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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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Jul 25. 2023

집게벌레

봄날시

[집게벌레]




집게벌레 한 마리 세상이 어떤지도 모른 채


누런 방 안으로 들어왔지



사람들이 뭐라고 수군거리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벽을 기어오르며 새로운


길 하나 찾고 있지



온통 벽뿐인데도 벌레는


앞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삶의 무게를 재곤 하지


미래의 흔적을 찾고 있지



고독의 벽이 깊어지는 시간


나도 벽으로 기어올라 갔지


집게벌레 앞에서 더는 갈 곳 없어


함께 울어버렸지



(후조 요나단, 이태훈, 2009)







(창작의 변)


잠시 고시원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집게벌레 한 마리가 열심히 벽을 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삶의 무게를 재고 있는 집게벌레와


서로 제 무게를 논하며


그렇게 밤을 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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