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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Nov 28. 2021

커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다들 똑같죠?




불과 1년 전만 해도 커피를 많이 마셨다.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로 두 컵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의식적으로 줄이고 있다. 수분이 쭉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그게 불쾌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종일 커피 생각이 난다. 마신다고 해서 기분이 유의미하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게 카페인 중독인가 보다. 일부러 차(tea) 구독 서비스까지 결제했는데 보란 듯이 실패했다.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셔서 돈만 이중으로 나갔다.


나뿐만이 아니라 회사 동료들도 커피를 참 많이 마신다. 요즘은 어떻게 보면 밥집보다 카페가 많아 보이는데 신기하기도 하다. 더 신기한 점은 내 주변 한정, 다들 커피를 정말 좋아하고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루 일과에 꼭 거쳐가야 하는 체크포인트 같은 느낌. 실제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업무 시간 내내 피곤하고 집중도 잘 안 된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줄인 편이었는데, 오늘 의도치 않게 너무나도 많이 마셔버리고 말았다. 이상하게 주변에서 그렇게들 커피를 사준다고 했다. 나도 참, 거절하면 그만인데, 또 누가 사준다고 하니까 빠짐없이 다 받고 싶었다. 식탐을 부린 것도 같다.


그래서 지금 속이 너무 안 좋다. 부대끼는 기분이 들고 한식이 먹고 싶다. 시원한 김치찌개나 칼칼한 된장찌개 같은 것들. 커피는 딱히 느끼한 맛이 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느글거리는지 모르겠다. 잠에 잘 못 드는 것도 짜증 나고.


이제는 내 한계치를 넘으면 거절하자,라고 다짐하면서도 내일이 되면 또 다르겠지. 지각임이 분명함에도 꾸역꾸역 아이스 라떼를 사들고 사무실에 살금살금 들어갈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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