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건조대(티벳 지역)
회장은 전국 지역 본부장들의 자질과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 "특별보고서"를 본부장이 직접 작성하여 본사 참모를 거치지 않고, 회장 비서실로 직접 제출토록 지시했다. 그동안 이 보고서 평가가 지역 본부장의 인사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회장의 방침과는 달리 실제 보고서 작성은 참모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전임 본부장의 본사 영전에도 이 보고서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본부장도 처음부터 강선오 대리를 최대한 활용하여 전임 본부장보다 더 멋진 보고서를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아보겠다고 마음먹고 왔다.
그런데 어쩌다가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총무과장이 기안한 인사명령 결재를 주저하고 있다. 강선오 대리와 멀리하면서도 그의 실력만은 이용하고 싶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묘안이 찾으려고 기획실장과 부장, 그리고 총무과장과 함께 긴 시간에 거쳐 논의를 거듭했다. 그래서 강선오 대리에게 보고서 작성 노하우를 받아 내기로 했다.
강선오도 총무과장이 다녀간 다음 날 회진 온 주치의에게 퇴원하고 통원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틀 후, 월요일에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앞으로 2주 동안 매일 통원 치료를 받는 조건이었다.
몇 시간 후, 보험회사 직원이 조기 퇴원에 따른 보상금을 가지고 왔다. 남은 진단 기간 동안 입원 치료 수가에서 통원 치료 수가를 공제한 차액이고, 첫날 입원 대기실로 사용했던 602호 2인 병실 사용 차액을 더 공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다음 날, 가해 차량 운수회사 회장과 보험회사 경북 지사장이 601호 병실을 방문하여 위로와 사죄를 하면서 특별 위로금이 전달되었다고 넌지시 알려 주었다. 강선오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 특별 위로금의 액수와 그것이 본부장 혼자 몫인지 아니면 함께 다친 세 사람 몫인지 궁금했다. 특별 위로금은 1+2가 아닌 1+0 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보험금에 욕심내는 것 같아 치사하기도 하고, 또 잘 못 하면 부끄러운 모습이 외부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강선오는 사고를 당한 후, 6주째 되는 날에 퇴원하여 하숙방으로 돌아왔다. 기획실장과 부장은 과일 바구니를 들고 퇴원을 축하한다는 구실로 찾아왔다. 입원하고 있는 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 밖에 문병 오지 않았다. 하숙방 바닥에 앉아서 부장이 친근한 척하면서 말을 꺼내었다.
“퇴원하면 당연히 같이 일할 줄 알았는데, 지사로 가기를 원했다니 아주 섭섭했네. 본부장님도 아쉽지만, 강 대리 뜻을 받아들이기로 하신 것 같더라.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꿀 수는 없는가? 우리는 그렇게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