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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원 Dec 19. 2023

13회 : 우리들

                                                                                                     #법성포 굴비 두름


 “실장님과 부장님께서 그동안 많은 지도와 배려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자리를 오래 비워 미안합니다. 제 몸 상태를 감안하시어 이번에는 저를 좀 도와주세요.”  


 “강 대리 뜻이 그렇다면, 업무 공백이라도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나. 후임자나 내가 ‘특별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그동안 모든 자료와 구체적인 작성 방법을 알려 주게.”  


“저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전임 본부장의 엄명과 보고서의 특성상 사본이나 관련 자료를 제가 보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강 대리의 당연한 대답이었고 예상했던 답변이었다. 그동안 본사에서 예고 없이 하는 보안감사 등에 대비하여 관련 자료나 보고서 사본은 물론 그런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자료조차 일절 남기지 말도록 지시해 놓고 지금 와서 모른 척 다른 말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아니면 전임 본부장과 자기들의 지시를 어기고, 몰래 서류를 보관한 것을 알고 있으니, 자백이라도 하란 말인가 싶어 반박하려다 소용없을 것 같아 참았다. 


“그걸 왜 모르겠나. 혹시라도 그런 자료가 있거나 없으면 자네 기억을 되살려 만들어 달라는 말이지. 보고서를 잘 쓸 수 있는 책이라도 있으면 구해 주고. 쉽지 않은 일인 줄 알지, 자네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본부장과 우리들을 위해서 그렇게 해주기 바라네.”    


라고, 실장이 아무렇지 않게 거들었다.    

  

 

 그들은 선오가 입원하고 있는 동안 1+1이 아닌 소속 직원에게 문병 한 번 오지 않았다. 이제 와서 '우리들'을 강조하니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퇴원하면서 '회장 맞춤형 보고서'를 만드는 요령을 정리하여 부장에게 드리고 가려고 했다. 존경하지는 않았지만, 부서장에게 해야 할 도리는 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동안 무조건 순종한 것이 이런 현실을 자초한 것 같아서였다.  


“그런 책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찾아는 보겠습니다.”  


더 이상 마주하기가 싫어서 마무리하려고 의미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그러면 우리는 자네만 믿고 가서 기다리겠네, 구체적이고 상세한 것이면 더 좋겠네. 이만 가보겠네, 몸조리 잘하시고...”    


별로 기대하지도 않으면서'책을 찾아보겠다.'라 말을 꼬투리로 잡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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