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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 병용 Jun 01. 2023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에

비로소 이치를 깨달은 부처가 고통받는 세속의 중생들을 위해 설법을 시작한 곳에 앉아 그의 고난과 나의 고난을 생각했다.


내가 존귀한 신분의 그였다면 조상들의 음덕 십분 활용하며, 물려받은 재산 야금야금 축 내며 유유자적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조상들은 눈치 빠르게도 내게  안이한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생로병사의 고통에 가난을 하나 더 얹어 주었고, 나는 가난 극복만을 인생 목표로 삼아 오랜 세월을 살아야 했다.

나면서부터 뚜렷하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 주었으니 차라리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더러 어떤 이는 일찍이 그 같은 명확한 목표가 설정된 것에 비하면 성과가 너무 미미한 게 아니냐고 의아해했다.

당신이 좋은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도 큰 학문적 성취를 이룬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해 보았지만 그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나에겐 한량의 기운이 더 깊이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 부처님 오신 날에 무슨 부의 축적 타령인가

그런데 녹야원에 앉아서 들었던 의문은 불교는 왜 발원지 인도에서 퇴출되었을까…

종교 역시 나서 소멸하는 생로병사의 순환에서 자유로 울 수 없었던 것일까...

바라나시에서 힌두교 집회를 보면서 아무래도 불교가 소멸한 것은  저런 이벤트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고행을 거듭하던 석가의 고난에 비하면 갠지스 강에 몸을 씻으면 손쉽게 극락에 이른다는 힌두교가 먹고사는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생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였지 않았을까. 

저 빛 뒤에 또 다른 세상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달빛이 갠지스 강에 스며들듯 불교도도 힌두교도도 무사히 갠지스 강을 건너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에 이를 수 있기를…….



그나저나 우리 송정지떡은 지금쯤 그토록 염원하던 부처님을 만나셨을까...

사월 초파일이면 없는 살림에 보리쌀 한댓박 머리에 이고 아끼던 흰 고무신 꺼내 신고 절로 향하시던 뒷모습이 선하다.   


옴마니 반메흠…….

마음마저 가난한 월야 원주민들에게 축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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