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를 내고, 영업신고를 하고, 인테리어를 마치고, 상품이름까지 정했다면 이제 상품을 출시하는 일이 남았다. 지원사업을 받기 전에 이미 플리마켓을 통해 제품을 팔아보았기에 이렇다 할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그 이전 남의 주방을 빌려 생산을 했던 때보다는 제대로 된 기계도 있고, 공간도 갖춰진 상태였기에 제품 생산 자체는 수월했다.
문제는 판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판매를 하기 전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판매를 미뤘다. 패키지도 완벽해지고, 상품도 조금 더 완벽해지면, 마케팅이 완벽해지면, 배송 시스템이 갖춰지면 등등 갖춰지지 않은 것들이 완벽해지면 출시하겠다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갖춰야 하는 것은 핑계였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출시를 해야만 하는 사건이다. 나에게도 출시를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마케팅을 맡긴 업체에서 상세페이지가 필요하다며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올려달라고 했다. 일단 개설만 하고, 스샷만 찍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서 개설을 하고 며칠 잊고 있었다. 며칠 뒤 스마트스토어 앱에 알람이 울렸다. '어? 신규 주문?' 아는 지인이 해당 스토어를 우연히 봤고, 해당 스토어에서 주문을 해줬다. 주문이 들어왔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그게 판매의 시작이었다.
부랴부랴 제품을 만들고, 포장하고, 첫 주문을 이행했다. 갖춰야 했던 것들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상황에 닥치니 포장 박스, 배송, 상품 패키징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당탕탕 하다 보니 상품은 배송되어 있었다. 사실 아는 지인의 주문이었기에 조금 마음이 편했다. 준비가 부족한 부분 상품의 포장이나 배송 문제가 약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양해를 해주었다. 그리고 상품에 대한 후한 칭찬에 자신감도 생겼다.
이렇게 으리으리한 출시소식이 없이 조용히 내 제품은 세상에 나왔다. 뭔가 걱정도 많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그래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생각했던 걱정들도 실제로는 생기지 않았다. 장애물은 그렇저럭 막상 닥치니 해결이 됐다.
'시작은 간단하다. 복잡한 건 생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큰 배움을 얻었다. 앞으로 더 많이 써먹을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