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거기서도 하필 봉양면에 정착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도서관이었다. 동네에 있는 지어진 지 1년 조금 넘은 작은 도서관이 이 동네에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다른 지역에 있는 도서관과는 달리 분위기도 딱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었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물론 책은 많이 없었지만 책이 대부분 새 책이었다.
어렸을 적 도서관은 놀이터였다. 조금 커서는 도서관은 독서실 역할을 했고, 책을 자연스럽게 멀리하다 보니 다니지 않았다. 조금 더 커서 직장인이 되었을 때 회사에서 도서 구입비를 지원하여 다시 책을 읽게 되었지만 책을 구입을 해서 보다 보니 도서관을 찾을 일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서울에 있을 땐 도서관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책 대신 사람 구경을 해야 될 정도여서 대여하기 위해서 가는 것 외에는 방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골 작은 동네에 자리한 도서관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시설도 깨끗했고, 책도 깨끗했다. 책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내 취미 중 하나가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보물 찾기였다. 장서의 수와는 상관이 없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한 권 한 권 훑어가다 보면 보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히려 그 재미가 더 쏠쏠하달까.
요즘의 일과는 아침운동을 가볍게 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도서관을 찾는다.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좁은 도서관을 이리저리 훑으며 다닌다. 어제 본 것과 오늘 본 것이 다르지 않을 건데 매일 새롭기만 하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 2~3시간 앉아 본다. 그리고 뒷얘기가 궁금하면 빌려온다. 궁금하지 않다면 그걸로 그 책과는 이별이다. 다음에 더 좋은 순간 만나기를 바라며. 오늘은 아니어도 다음에는 좋을 수 있으니까.
처음엔 너무 백수 같아 보여 2~3일에 한번 방문했지만 굳이 아낀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이제는 그냥 아끼지 않고 매일 즐기기로 했다. 내 삶 어느 순간에 이 같은 여유와 행복을 가져볼 수 있을지 모르니. 이처럼 하루에 한 번씩 매일 행복을 채워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시골행은 이유를 찾았다.
시골 도서관 하나만으로도 시골 생황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