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호 Sep 19. 2024

누룽지 개발은 처음이니까.

 식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내가 아는 식재료가 많지 않았고, 어떤 재료가 섞여 어떤 맛을 내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 식품을 택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말렸나 보다. 하지만 내게는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있었다.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문제를 쪼개서 작은 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아 큰 문제를 해결한다. 당연해 보이지만 15년 의 회사 생활동안 배운 것 중에 가장 쓸모 있는 문제 해결법이다.


여하튼 문제를 먼저 알아야 했다. 일단 아이템을 정했으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누룽지'에 대한 인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주변 지인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누룽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룽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딱딱하다', '밋밋하다', '건강한 맛이다', '대용량포장으로 불편하다' 등등 누룽지에 대해 전체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에 가까웠다. 그럼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시장성이 생기지 않을까?


일단 해결할 문제를 뽑았다.

1. 밋밋한 맛

2. 딱딱한 식감

3. 대용량 포장


인식조사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 3가지를 큰 문제로 뽑았다. 나머지 문제들은 위 문제들의 연장성에 있는 문제들이었고, 위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자동으로 해결될 문제들이었다.


문제를 해결할 방향성을 찾기는 쉬웠다. 반대로 하기로 했다.

1. 시즈닝을 통한 다양한 맛 구현

2. 굽기와 두께를 조정하여 최적의 식감 구현

3. 크기를 줄이고, 소용량, 소포장 형태의 패기지 구성


 방향성은 정해졌고, 이제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일단 무조건 굽기로 했다.


 1주일에 동안 내내 굽고 먹기만 했다. 먹은 누룽지가 수백 개는 된다. 못 먹겠다 싶을 때도 밀어 넣었다. 넣는 건 들어갔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안에서 불어난다. 그럴 땐 진짜 그냥 눕고 싶다. 소화가 안 돼 콜라를 마시면 그것마저도 누룽지를 불린다. 하루 종일 위가 빵빵했다. 불편했지만 방법은 없었다. 어쨌든 그런 고통을 겪어 최적의 식감을 구현할 두께와 굽기를 발견했다.



 식감 개선은 그나마 쉬운 축에 속했다. 문제는 시즈닝이었다. 정말 별결 다 섞어봤다. 설탕도 뿌려보고, 양파와 마늘 가루도 뿌려봤다. 밥을 지을 때 사카린을 섞어보기도 하고, 아카시아 분말을 뿌려보기도 했다.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하루종일 누룽지를 굽고 먹었다. 완성이 되기 전 이상한 맛의 누룽지를 말이다. 될 것 같기도 하고, 안될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맛들의 향연이었다. 결국엔 누룽지 위에 시럽을 발라 굽는 방법을 택했다. 개중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었지만 그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었나 보다. 결국 2주 동안 매일 누룽지를 또 굽고 또 먹었다.



 식품 개발을 쉽지 않았다. 일단 먹는 게 가장 어렵다. 배가 물러도 먹어야 되고, 앉아서 굽기만 하니 소화가 안된다. 근데 또 먹어야 한다. 계속 한 종류만 먹다 보니 물리기도 한다. 그 맛이 그 맛 같고, 새롭지 않다.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마다, 먹을 때마다 평가가 다르다. 결국 가장 정확한 데이터를 내줄 사람은 나뿐이다. 그야말로 고독한 먹부림이다.


크기를 줄이는 것은 기계를 알아봐야 하고,

패키지는 업체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무엇이 되었든 새로운 것을 개발한다는 것은 그만한 고통이 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더 가치가 있다.

이 큰 가르침을 얻은 것만으로도 내 시골행에는 의미가 있다.



이전 16화 낭만이 없어 서울을 떠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