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에 대해서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등등 그냥 막연한 생각에 네이버에 '패키지디자인'을 검색했다. 이런저런 엄체들이 우후죽순 쏟아졌고, 알지도 못하는 용어의 바다에서 표류된 것 마냥 떠다녔다.
그러다 인스타 광고를 통해 한 업체를 알게 되었다. 프로필을 보고, 인스타 게시물을 보아서는 농산물 패키지를 전문으로 하는 곳 같았다. 패키지 디자인도 아기자기한 편이었고, 스타일도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업체와 비슷해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했다.
원하는 디자인이 있는지, 생각하고 있는 패키지의 형식과 재질 같은 걸 물어봤지만 하나도 몰랐다. 그런 나에게 알려준 방법은 '핀터레스트'였다. 일단 보라는 것이었다. 일단 핀터레스트를 뒤졌다. 이것저것 보다 보니 다 괜찮아 보였다. 핀터레스트를 보기 전 문제는 어떤 게 예쁜 건지 몰랐다면 이제는 예쁜 게 너무 많아 고르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이렇게 해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내가 가진 기준이 너무 없으니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고객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하면 좋을까. 기존의 누룽지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고 싶었으니. 반대로 하기로 했다. 제품 개발도 그런 패턴으로 접근했으니 패키지도 그런 방식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누룽지 패키지들을 검색했다. 시중에 있는 누룽지 패키지들의 공통점을 모았다.
1. 누룽지라고 큼직하게 쓰여있다.
2. 큰 포장지에 많은 양이 한 번에 담겨있다.
3. 투명의 비닐로 내용물 전체가 보인다.
4. 부스러기가 많고, 보형물이 있었도 제품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바꾸기로 했다.
1. 소용량 소포장
2. 컬러풀한 패키지, 캐릭터 사용으로 캐주얼하게
3. 내용물을 보여주되 가운데 부분만 보여줌으로써 부스러기가 보이지 않는 형태.
4. 패키지 자체를 단단하게 고정하여 별도의 보형물 없이도 내용물 훼손이 안되게.
이렇게 최소한의 기준을 찾을 수 있었다. 기준을 가지고 핀터레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색, 모양, 캐릭터 등의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봤다. 기준이 생기고 그다음 작업들은 쉬웠다. 업체의 디자이너와 소통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서 전달하니 보다 정확하게 전달이 되었다. 패키지의 디테일한 디자인과 재질, 생산의 과정은 업체에서 전적으로 담당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통해 업체에 맡기는 일이라도 나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일수록 더 집요하게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 갈 수 있는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