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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21. 2024

시골 물가 누가 저렴하데

 '지방에 살면 생활비는 적게 들겠네.'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서울에만 살았으니 서울의 물가가 너무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늘 있던지라 시골이라면 좀 더 싸지 않을까? 전혀 맞지 않는 생각이었다. 일단 공과금부터가 지역이 더 비싸다. 다른 공과금은 별 차이를 못 느끼는데 물세는 좀 차이가 있다. 서울에서 1인가구 기준으로 물세가 7~8천 원 정도 많이 나와도 만원 언저리였는데 여기서는 17000원 정도가 나온다.


 마트에 가도 지역 농산물 코너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편이다. 시골의 마트들은 경쟁이 없어서 할인을 하지 않는다. 특가 상품 이런 것은 별로 없다. 이 지역에서 많이 팔리지 않는 제로콜라 같은 상품은 비교적 저렴하다. 그리고 공산품의 종류가 많지 않다. 서울에서 쓰던 샴푸, 왁스, 로션 등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찾는다면 거의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한다.


 '시장이 더 저렴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시장을 방문했다간 큰 코 다친다. 시장 물가가 전혀 저렴하지 않다. 떡볶이가 만원씩 팔고(물론 양이 좀 많다.) 튀김 몇 개 넣어 사 오면 금세 2만 원이다. 거기에 만두, 전 몇 개 살라 치면 금방 5만 원이 넘는다. 그리고 일단 시장에서는 뭔가를 자꾸 굽는데 그걸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측은 지심의 영역이 아니라 본능의 영역이다. 그런 것들을 감안했을 때 마트를 가는 게 돈을 훨씬 적게 쓴다.


 그리고 교통비가 장난이 아니다. 일단 모든 곳은 차를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이 좋지 않기 때문에 버스로 이동할라 치면 20분 거리를 오가는데 하루 종일을 버린다. 마트를 가거나 편의점을 갈 때도 차를 이용해야 한다. 기름 값이 비싼 시기에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잡 밖으로 나가는 것에 움츠리게 된다.


 출장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는 추가금을 받는다. 지역 내에서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가전제품 하나가 말썽을 부린다던가. 온수기 같은 것들을 설치할 때 시골은 출장비를 더 받는다. 사실 우리 집은 IC 초입 부분이라 거리상 다른 도시 내의 지역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장비는 지역단위로 계산되기 때문에 늘 출장비를 초과해서 낸다.


 그리고 집세.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들 오해를 하는데. 물론 내가 집을 구매해서 사는 경우에는 저렴할 수 있다. 서울의 집값의 10분의 1 정도 수준에서 거래가 되니까. 근데 문제는 그런 집은 사서 고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고친다고 해도 이사 갈 때 막막하다. 고치는 비용은 집값에 포함이 안될뿐더러 시골의 집은 팔리지 않는다. 그럼 나처럼 혼자 사는 경우에는 대부분 집을 빌린다. 수리가 안된 집은 또 저렴하지만 굳이 내 집도 아닌데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들어가 고치고 살면 아낀 월세만큼 수리비가 나온다.


잘 꾸며진 집을 얻어서 월세로 사는 방법이 제일 좋다. 시골은 그런 집이 귀하다.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높다. 현재 나는 서울 원룸 임대 비용의 1.5배에 살고 있다. 물론 사업장도 같이 있기 때문에 훨씬 넓고 깨끗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집을 보러 다닐 때 봤던 시세로는 서울과 같은 컨디션의 공간으로 봤다면 10% 정도의 가격 차이가 있을 뿐 그다지 큰 차이는 없었다. 물론 애초에 큰 집을 사서 이사 오는 경우에는 훨씬 저렴할 수 있다.


 물론 주변에 식당이 적어 외식비용, 배달 비용은 엄청 아끼고 있지만, 대신 그 빈자리를 밀키트와 각종 인스턴트로 채웠기에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서울과 생활비만 놓고 본다면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서울에 있을 때보다 과일과 야채를 더 먹게 되고, 직접 밥을 지어먹다 보니 밀가루보다는 쌀과 고기를 더 찾게 된다. 몸이 더 건강해진다는 느낌을 아직은 받기 어렵지만 밥을 차려먹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것은 몸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모르던 식재료의 맛을 하나씩 찾을 수 있다는 것에서, 좋아하는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에서, 채소가 더 좋아졌다는 것에서 내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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