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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y 09. 2020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클라우제비츠가 주장한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은 무엇인가?

프롤로그


클라우제비츠의 시대는 정치사회철학군사  다방면에 걸친 변화와 전환의 시기였다. 정치사회적으로 프랑스혁명의 열기가 확산되어 민족주의 사조가 태동. 철학적으로 경험에 바탕을  실증적 합리주의가 칸트적인 관념주의로 전환. 칸트와 헤겔의 복합적 사고가 전쟁의 이중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군사적으로 나폴레옹 전쟁 제한적 왕조전(王朝戰)에서 국민전(國民戰)으로 전환. 전쟁이 전장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접 되면서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클라우제비츠의 할아버지는 신학(神學) 교수였고 아버지는 프로이센군 장교였다. 그는 12 군문(軍門) 들어선  사망하기까지 40년간 장교로 생활했다. 정신적 지주였던 샤른호스트(Gehard von Scharnhost)와의  만남, 프로이센 군대의 개혁 주도, 나폴레옹 전쟁 참전, 베를린 전쟁 학교 교장 재직을 통해 전쟁에 대한 정신과 사상을 집대성할 토대를 마련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On War)" 다른 사상가들의 철학처럼 시대의 산물이다. 당대의 정치사회철학군사적 배경과 그의 성장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은 저작이다.


“전쟁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라고 정의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나타난 정치와 전쟁의 상관관계, 전쟁 승리를 위한 조화 방법에 대해 고찰해 보자. 그리고 그의 절대전(Absolute War)과 현실전(Real War) 개념을 삼위일체론과 연계시켜 이해해서 클라우제비츠가 주장하는 전쟁 형태는 현실 전쟁론이라는 것을 밝히려 한다.     



정치와 전쟁의 상관관계, 전승을 위한 조화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 정치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은 정치적 동기에서 발발하고, 전쟁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다는 것이다. 전쟁을 하려면 전쟁 원인이자 목표인 정치적 목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인간 본성에 의한 “폭력의 무제한성”으로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순수한 이성(理性)”을 지닌 정부(政府)에 의해 전쟁이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정치 의도에 부합되게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최고사령관을 정부 내각 구성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제시했다. 전쟁이 정치 의도에, 정치가 전쟁 수단에 부합돼야 한다면, 정치지도자와 군 최고사령관이 동일 인물인 경우가 최선이다. 하지만 내각 구성원인 최고사령관의 전쟁 국면별 주요 활동에 내각이 관여하게 해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정부 내각이 작전 전구에 가까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제한점이 있다.


그는 “전쟁은 정치적 행동이자 수단이며,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적 교섭의 연속이다”라고 했다. 정치적 의도가 목적이고 전쟁은 이를 달성하는 수단이므로, 정치는 두뇌이며 전쟁은  도구라는 것이다. "무거워서 양손으로 온 힘을 기울여 들어야 하고, 단 한 번만 내리치면 더 이상 내리칠 수 없을 정도의 무거운 군도(軍刀)를 가벼운 펜싱용 검(劒)으로 변화시켜서, 자유자재로 적의 공격을 피하며 자기 의도대로 적을 찌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가 전쟁이라는 도구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적 교섭의 연속”이라는 의미는, 정치적 교류는 전쟁으로 인해 중단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정치는 전쟁에서 평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전쟁이 정치를 중단시키거나 전쟁으로 인해 정치적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에 고유 문법은 있지만 논리가 없으므로, 전쟁이 정치에 종속되고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라우제비츠에 의하면 전쟁을 지배하는 요소는 3가지(Trinity: 삼위일체)다. 첫째, 인간의 본성인 폭력의 무제한성과 연관된 국민이다. 둘째, 우연성개연성 및 마찰의 영역에 있는 최고 사령관과 군대다. 셋째, 순수한 이성분별지(分別智: Prudence)의 영역에 있는 정치적 도구로서 전쟁과 연관된 정부다. 이 3가지 전쟁의 상호 갈등 요소 중 첫 번째는 불변 요소이고 두 번째, 세 번째는 가변 요소다. 따라서 최고사령관과 군대는 전사연구훈련경험을 통해 전쟁의 안개(Fog of War)로 표현할 수 있는 마찰 요소를 최소화시키고, 정부가 전쟁 목표를 수립하고 전쟁수행을 통제토록 해서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를 유추 해석할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


절대 전쟁(Absolute War)은 전쟁이론 연구를 위해 전쟁 본질을 설명하는 척도(Frame of Reference)를 제공한다. 이 개념은 “전쟁은 자기 의지를 적에게 강요하는 폭력적 행위”라고 정의한 클라우제비츠의 논거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물리적 폭력 행위는 수단이며, 적에게 자기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지를 강요하기 위해 적의 저항력을 무력화시키고, 저항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무제한적 폭력으로 적의 군사력을 분쇄해야 한다. 적의 군사력을 격멸시키는 것이 전쟁 승리를 위한 목적이며, 전쟁에서는 도덕과 비도덕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절대 전쟁 개념은 수단인 폭력의 무제한성으로 맹목적 극단에 도달해서 정치의 연속으로서의 전쟁이 아닌 정치의 단절, 정치의 붕괴로서의 전쟁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절대 전쟁은 칸트의 관념론적 개념을 띈 순수 전쟁(Pure War), 종이 위의 전쟁(War on the paper)이다. 절대 전쟁 개념은 클라우제비츠의 조국인 프러시아의 대륙 주의 전쟁관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대륙 국가로써 지리(地利)가 없는 프러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적을 물리치거나 적에게 굴복하는 양자택일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상무(尙武) 정신을 고취시켜야 했다. 절대 전쟁 개념은 이러한 철학적지리적 배경 하에 나타났다. 이 개념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절대 미(美)를 추구하는 것처럼 그것을 기본 척도로 전쟁이론을 연구할 경우, 전쟁에서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삼위일체론의 2가지 요소에 의해 절대 전쟁이 현실 전쟁으로 전환된다고 주장한다. 첫째, 확률과 우연성, 불확실성(Uncertainty)과 마찰(Friction)로 인해서 상대방에 대한 무제한적인 폭력으로의 승화(Escalation)가 저지되는 경우다. 둘째, 합리적 이성과 자제력을 지닌 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여 전쟁을 통제해서 정치에 완전히 종속시키는 경우다.


절대 전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적의 군사력 격멸을 역설한 그의 논거는 적의 타도에 대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면서 현실 전쟁 개념으로 돌아선다. 첫째,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적군을 격파한 경우, 둘째, 국가권력의 중심이자 정치기구와 정당의 소재지인 적 수도를 점령한 경우, 셋째, 적보다 강한 적의 주요 동맹국을 효과적으로 타격한 경우, 적은 타도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적의 타도에 필요한 조건이 구비되지 않은 경우, 군사적 행동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분류하여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적 영토의 작은 부분 또는 적당한 부분을 점령하거나, 호기를 포착할 때까지 자국 영토를 확보 유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클라우제비츠는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절대 전쟁에 대하여 논의했지만, 이는 전사연구를 위한 전쟁이론의 준거 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삼위일체에서 전장 환경의 마찰 요소와 정부의 합리적 이성에 의해 절대 전쟁은 현실 전쟁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적의 타도에 대한 조건과 적의 타도에 필요한 조건이 구비되지 않은 경우, 제한된 목표에 대한 언급을 통해 현실 전쟁을 강조하고 있는 것 등을 살펴보면, 클라우제비츠의 궁극적인 주장은 현실 전쟁이다.     



에필로그


변혁의 시대였던 당대 정치사회철학군사적 배경과 클라우제비츠의 성장 환경에 영향을 받은 역작이며, 그가 사망한 후에 부인 마리에 의해서 완성 발간된 “전쟁론(On War)"에서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전쟁은 정치에 종속되어야 한다.


둘째, 최고 사령관과 군대는 전사연구훈련경험을 통해서 전쟁의 안개(Fog of War)와 같은 마찰 요소를 최소화한다. 정부 내각이 전쟁 목표를 수립하고 전쟁수행을 통제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셋째, “전쟁은 자기의 의지를 적에게 강요하기 위한 폭력적 행위”다. 폭력의 무제한적 속성으로 인해 절대 전쟁 개념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전쟁 연구의 준거 틀 마련을 위한 것이다. 전장에서의 마찰과 합리적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절대 전쟁은 현실 전쟁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전쟁과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 삼위일체론의 각 요소별 상호작용 및 기능에 대한 이해, 절대 전쟁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배경으로 하는 현실 전쟁의 개념 정립을 통해 클라우제비츠의 논거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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