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Zeihan [The Absent Superpower]
코로나-19 초기, 우리 정부가 시진핑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발 항공기 입국을 허용한 것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초동조치 실패라는 비판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런 논란이 일던 것은 우리가 경제 측면에서 중국의 비중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이후 시진핑의 보복 조치로 우리 경제가 주춤했던 적도 있다.
더욱이 트럼프는 우방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면서, 미국 영화가 아닌-미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한국이 만든 영화에 오스카상을 준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한국을 압박하는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것인가? 매스컴에 보도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적지 않은 대중들의 생각은 이미 중국 편으로 기운 것처럼 느껴진다.
몇 개월 전, 지정학자 Peter Zeihan이 쓴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를 읽었다. Peter Zeihan은, 중국은-미국이 갖고 있는-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하고 있고, 현재의 부강한 중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주도하는 브레튼우즈 체제 안에서 가능하였다고 역설한다. 즉, 중국은 미국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Peter Zeihan의 주장은 그가 이 책 보다 먼저 집필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The Accidental Superpower)]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에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국가이익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미국도 중국도 자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 우방과 적을 구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당연히 국가이익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이익 중에서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존이다. Peter Zeihan의 책은 중국의 부상을 예견하면서 미국보다 중국을 더 중시하는 부류에게 향한 경고의 메시지다.
Peter Zeihan은,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에너지 수입이 불필요해지면서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관리하던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게 되면 국제질서가 붕괴되고, 미국 주도의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성공하고 실리를 취해온 동북아 4국(일본, 중국, 대만, 한국)이 큰 혼란에 빠지게 되며, 그중 중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강대국이 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인 지정학, 정치학, 경제학, 인구통계학적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Peter Zeihan [The Absent Superpower: The Shale Revolution and a World without America], 2017; 피터 자이한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김앤김북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