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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Oct 04. 2020

해양력(海洋力)의 중요성과 한반도

한반도의 해양 환경과 고대 국가의 해양력

1. 프롤로그

해양력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한 마한(Alfred T. Mahan)에 의하면 “해양력은 해양 상에서 또는 해양에 의해서 국민을 위대하게 하는 모든 것”이다. 영국의 그레이(Colin S. Gray)는 “해양력은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전환점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명제는 시대를 초월하여 해양력이 국가안보와 번영에 결정적인 요소임을 주장한 것이다. 해양력의 중요성과 한반도 주변의 해양 환경 고찰을 통해서 한반도에서 해양력의 가치를 평가하고, 마한과 그레이의 명제가 한반도에도 적용 가능한 것인가를 한반도 고대국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또 지금의 우리 해양력은 위의 두 명제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분석해서 미진한 분야에 대한 원인과 그 개선방안을 생각해 보자.     


2. 해양력의 중요성과 한반도 주변의 해양 환경

해양 환경은 경제적, 정치적, 법적, 군사적, 물리적 차원에서 군사 전략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경제적 차원에서 해양은 국제적 교통 매체이며 주요 식량자원과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보물 창고다. 따라서 해양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될수록 국가 간 해양 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해양 관할권 확장에 따른 정치적 상징주의에서 기인하는 분쟁 발발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적 차원은 유엔 해양법 발효로 인한 해양 안보 환경의 변화와 무해 통항권에 대한 관심의 증가다. 군사적 차원은 안보 환경과 군사 기술의 발달로 해양에서의 군사력 사용 영역 시기가 확대되었다. 물리적 차원은 해양의 특징인 통일성이다. 강대국뿐 아니라 아주 작은 국가의 조그만 항구에서 출발하더라도 해양을 통하면 지구 상 어느 지역이라도 접근할 수 있다.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커질수록 앞에서 제시한 5가지 차원과 관련한 해양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양력은 해양을 통해 얻어지는 국가의 군사, 정치, 경제적인 힘으로 국가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필요한 해양을 통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국가역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정치적, 법적, 군사적, 물리적 차원에서 해양을 어떻게 통제하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국가 정책 수행을 통한 국가 목표 달성이 좌우된다. 즉, 국익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해양력은 중요하다.


마한은 국가의 해양력 발전에 영향을 주는 여섯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다. 첫째, 지리적 위치다. 해양국가로서의 지리적 이점이 있는가? 둘째, 자연조건이다. 긴 해안선과 좋은 항구를 가지고 있는가? 셋째, 영토의 크기다. 해안선과 좋은 항구를 많이 가진 영토의 크기 정도이다. 넷째, 해양업과 해군에 종사하는 인구의 수다. 다섯째, 국민성이다. 국민이 해양성 기질이 있는가? 여섯째, 정부의 성격이다. 해양에 관심을 갖는 정부 형태와 통치자의 특성이다.


마한의 6가지 해양력 발전 영향요인에 한반도의 해양 환경을 대입해 보자. 첫째, 지리적으로 한국은 삼면이 바다와 접하고 있는 반도국 가다. 국민의 활동 공간 확장을 위해서는 북방으로 폐쇄된 육로보다 동서남으로 개방된 해로를 이용한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환경이다. 둘째, 자연조건과 영토의 크기 면에서 한반도에는 양호한 해안선과 항구가 많아서 해양으로의 진출이 쉽다. 셋째, 해양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인구 면에서 한반도에는 수준 높은 해양 관련 업무 종사자들과 세계적인 선박 제조 기술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넷째, 국민성 측면에서 장보고의 해양 개척정신과 이 충무공의 바다를 통해 나라를 구한 호국정신이 국민성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다섯째, 정부의 성격 면에서 한국은 1996년 해양수산부 창설 이후, 해양산업 육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 해양 입국을 위한 범국가적 공감대 형성 차원의 “바다의 날”과 “바다의 헌장”을 제정 등 다양한 해양 지향성 정책을 수행해 왔다. 결국 한반도의 해양환경은 해양력을 발전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삼국 시대,  조선시대 사례를 통해 한반도에서 해양에 의해 위대한 국가를 만든 경우, 해양력이 전쟁 승리의 전략적 전환점을 제공한 경우를 찾아보자.


3. 사례 연구: 신라, 백제, 고구려, 조선

가. 신라의 해상 경영

신라는 7세기 중엽 이후 선박 운항 제도 정비, 수군(해군)의 증강, 조선술의 발달을 통해 제해권을 장악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8-9세기에 걸쳐 약 200년 동안 해양을 경영하였다. 해양 진출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 지위가 향상되었고, 국제 무역으로 신라인의 물질적인 삶을 풍요롭게 하였다. 또 당(唐) 나라의 선진 문물을 수용하여 백성들의 정신문화의 수준을 향상했다. 결국, 신라는 제해권 장악에 바탕을 둔 해상 경영과 해양 진출을 통한 국제 정치적 감각으로 삼국의 통일을 이룩하고 통일신라의 번영을 이루었다. 이 사례는 해양에 의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대하게 만든 경우다.


나. 백제의 해안 진출

옛 문헌에 나타난 백제 국명의 유래는 “처음에 백가(百家)가 바다를 건너왔다고 해서 나라 이름을 백제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백제의 역사는 건국 초부터 해양과 연관이 있다. 백제는 해양을 통한 교역활동으로 경제적 부를 축적했다. 황해를 끼고 있는 한반도의 서남해안으로 진출하여 광범위한 대외교역을 추진해서 고대 동아시아 교역 권역에서 중심적 위치를 구축했다. 백제의 서남해안 진출은 활발한 해상활동의 전제 조건이 되는 양호한 항구와 해상기지의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백제는 이와 같은 지역을 확보해서 서해안 항로를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요 자원인 소금을 확보하여 독점 공급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 백제 사례도 신라처럼 해양에 의해서 국민을 위대하게 만든 경우다.


다. 고구려의 해양활동

고구려는 광개토대왕의 군사적 우위를 활용한 강공책으로 385년에 요동과 현토를 점령했다가 연(燕)에게 요동 지역을 침략당했다. 402년과 404년에 다시 연을 공격하여 정벌하였다. 406년 후연이 3천 리를 행군하여 목저 성(城)을 침입했지만 고구려가 이를 격퇴함으로써 요하 이동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이것은 고구려가 요동반도와 서한 만(灣), 대동강 하구, 경기 만(灣)을 잇는 황해 중부 이북의 동안(東岸) 해상교통로를 확보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해상교통로 확보가 전승을 위한 전략적 전환점을 제공한 사례다.


라. 조선의 강력한 수군(水軍) 건설

조선은 북방 야인과 남방 왜구의 노략질을 방비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의 일환이었다. 특히 조선 건국 전후의 불안정한 대내외적 상황 하에 자주 출몰했던 왜구는 조선 수군의 건설, 조직, 발전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다. 조선의 조직적이고 강력한 수군 체제를 갖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 세종대왕 시대에는 총병력 중 육군과 수군이 1 : 1의 비율이 될 정도로 대단한 규모의 조직과 편제를 갖춘 수군으로 발전하였다. 임진왜란 시 충무공 이순신의 연전연승은 지휘관 개인의 뛰어난 역량도 무시할 수 없으나, 궁극적으로는 조선 초기부터 착실하게 성장한 수군의 준비된 조직과 함선, 무기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강력한 수군 건설을 통해서 전승을 위한 전략적 전환점을 제공하는 데 해양력이 기여한 사례다.


4. 에필로그

한반도는 해양력이 발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삼국 시대와 조선 시대의 사례에 나타나듯 역사적으로도 해양력이 국민을 위대하게 만든 사례와 전승을 위한 전략적 전환점을 제공한 사례가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력의 현주소는 어디쯤 일까?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분야에서 개선 방안을 생각해 보자.


첫째 정치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해운항만청이 해양수산부로 승격해서 여타 중앙부처와 대등한 국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경제 분야에서도 무역의존도가 70%를 상회하며 수출입 물량의 95% 이상을 해상수송에 의존하고 있다는 통계 수치는 한국 경제와 해상교통로 보호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건조회사인 현대조선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 강국이다.


셋째, 사회 분야에서는 서구 문명의 도입으로 변화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유교 사상으로 인해서 해양에 대한 도전의식보다는 이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서구의 청소년들은 10여 미터가 넘는 파도를 타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반면, 우리의 자녀들에게 한 길이 넘는 바다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러한 사회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양이 일상생활의 문턱을 넘어서 경제와 안보의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와 해군본부 및 해양 관련 민간단체가 공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넷째, 군사 분야다. 휴전 이후 한미연합 전력 운용을 고려한 우리 군은 지상군 위주로 불균형적으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지상군 위주의 한국 군 구조와 지상 전력 위주의 한국 군사전략개념을 해군력 증강과 해양전략 측면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과 해양을 통한 과거의 역사적 번영 사례, 상존하는 주변국과의 영유권 분쟁 가능성, 국제교역을 위한 해상교통로 확보의 중요성, 인구절벽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병력 위주의 군사력 운용 제한, 경제 10대 강국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평화를 위한 세계적 역할 필요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지금은 해양력의 주요 구성요소이자 기술군인 해군력 증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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